ㆍ한국조세재정연구원, 26개국 자료 분석 보고서 발간
▲ 월드컵과 GDP·소비·수출 등
상관관계 없이 수입에만 영향
개최 여부보다 성적이 중요
▲ 정부 장밋빛 전망·현실 큰 차
경제 위기·갈등 유발 사례도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대적으로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면서 대규모 국제 스포츠행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대회 유치가 경제성장과는 무관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인천이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치른 뒤 1조원이 넘는 빚에 허덕이고 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관련해서도 재정악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5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국제 스포츠행사 개최 및 참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월드컵 개최 여부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소비성장률, 수출성장률 사이에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개최가 개최국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분류한 선진국 36개국 및 브릭스(BRICs) 4개국 중 1990~2014년 월드컵에 진출했던 26개국의 경제지표와 월드컵 개최 여부·성적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는 전년도 경제성장률, 세계 경제성장률, 환율 등 경제변수였지 월드컵이 아니었다. 월드컵 개최 여부는 개최국의 경제요소 중 ‘수입성장률’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개최가 국민들의 소비 및 수입 심리를 진작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 개최보다는 오히려 월드컵에 참가해 거둔 성적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 자체만으로 수출에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었으며 4강에 진출하면 이 효과가 더 커졌다. 수입의 경우 8강에 진출했을 때 증가율이 높아졌다.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보다는 경기에 참가해 8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게 효과적임을 시사하는 결과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경제적 효과를 크게 부풀렸지만 현실과 다를 뿐 아니라 경제위기에 몰리거나 국내 갈등을 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16조원의 적자를 내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치른 뒤 재정위기에 봉착한 그리스와 2014년 월드컵을 위해 12조원을 지출하면서 물가 급등은 물론 복지 축소에 따른 국민 저항에 봉착한 브라질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9~10월 아시안게임을 치른 인천은 17개 경기장을 새로 짓는 데만 1조2800억원을 쏟아부었고 이 때문에 1조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했다가 재정난에 휩싸여 있다. 2018년으로 예정된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유치 당시 8조8000억원이던 추정예산이 최근 13조원으로 47%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강원도와 정부의 재정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적 스포츠행사의 홍보 효과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당시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한국과 서울을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신화와 유적으로 유명한 그리스, 넬슨 만델라의 고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스포츠행사를 굳이 개최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한 장면을 축구팬들은 기억하겠지만 어디서 열렸는지를 물어보면 주저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스포츠산업의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국제행사 개최는 아닐 것”이라며 “스포츠행사를 개최할 비용으로 유소년 유망주를 육성하고 국내 리그를 활성화시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경제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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