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소리는 2초에 불과했지만, 이 순간 우주 개발과 연구의 새 장이 열렸다. 독일 우주연구센터(DLR)는 유럽우주국(ESA)의 탐사로봇 필레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 표면에 처음 닿는 순간 발생한 소리를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필레는 지난 12일 혜성탐사선 로제타호에서 분리돼 사상 최초로 혜성 착륙에 성공했다.

혜성 표면에는 공기가 없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필레의 세 지지대 끝에 달린 소리 감지장치는 필레가 67P 표면에 닿는 순간 진동을 감지했다. 이 데이터는 탐사선 로제타호를 거쳐 지구로 전달됐고, 연구진은 이 진동을 소리로 변환해 공개했다.

DLR는 이 소리와 다른 데이터를 종합해 필레의 첫 착륙 당시 상황도 분석해냈다. 필레가 측정한 소리 분석을 전담하는 DLR 연구원 클라우스 사인스테커는 “필레의 지지대가 처음에는 수㎝ 두께의 부드러운 표층에 닿은 듯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으로 된 딱딱한 표층과도 마주친 것 같다”고 밝혔다. 필레는 첫 착륙 이후 두 차례 혜성 표면에서 튀어오른 뒤 절벽 아래에 안착했다. DLR는 필레가 보내온 소리가 “작지만 아주 중요한 ‘쿵’ 소리”였다고 밝혔다. 67P 표면에 착륙해 측정을 시작했고, 전송까지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한때 필레의 혜성 안착 여부도 확신하지 못했던 연구진은 필레가 기대보다 많은 자료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미 다음달 발표를 목표로 자료 분석을 시작했다.

필레는 착륙 후 태양광을 충전하며 활동할 예정이었지만, 절벽 아래서 태양광을 받지 못해 지난 15일 활동을 중단하고 ‘대기모드’에 들어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