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브록 다익손이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와의 경기에서 3회말 강판당하고 있다. 문학 이석우 기자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진이 흔들리는 KBO리그 팀들은 대체 선발을 올리거나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시작된 실험에서 아직 뾰족한 해답을 찾은 팀들은 없어 보인다.

롯데는 지난 20일 문학 SK전에서 브록 다익손을 2경기 연속 선발로 냈다. 직전 등판인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2이닝만에 교체됐기에 이런 기용이 가능했다. 롯데는 다익손을 ‘오프너’로 활용했다. 1이닝 안팎 투구한 뒤 긴 이닝을 던져줄 두번째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기는 메이저리그의 오프너 전략과 조금 차이는 나지만, 긴 이닝을 던졌을 때 흔들리던 다익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파격적인 실험인 것은 분명했다. 롯데는 다익손 앞에 오프너를 두기도 하다가 다익손을 직접 오프너로 기용하기까지 변화를 줬다.

그러나 다익손을 오프너로 낸 두 경기에서 롯데가 모두 패하면서, 실험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18일에는 다익손이 2이닝 1실점으로 잘 버텼으나 롯데는 타선이 침묵한 사이 마운드가 5회 와르르 무너져 두산에 3-11로 패했다. 20일에는 다익손이 2.2이닝 동안 4실점하고, 롯데 타선도 SK 선발 김광현과 계투조에게 무득점으로 막혀 0-5로 패했다. 공필성 롯데 감독대행은 “다익손이 정상적인 선발투수로 나서는 게 더 좋다고 했다”며 다익손의 오프너 실험을 끝내기로 했다.

롯데에 비하면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한화와 키움은 몇 차례 좋은 모습을 보였던 대체 선발투수들이 최근 무너져 선발진 운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화는 20일 대전 삼성전 선발로 나선 신인 우완 김이환의 부진이 아쉬웠다. 김이환은 지난 8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로 데뷔해 5이닝 1실점으로 깜짝 활약한 뒤, 14일 대전 NC전에서 5.2이닝 1실점 승리를 따내 기대감을 높였다. 최고구속은 시속 140㎞ 초반에 머물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싱커 등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러나 세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삼성을 상대로 2.1이닝 동안 사사구를 7개나 내주면서 흔들렸고, 4점을 내주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3회 1사 만루 상황에서 강판된 김이환은 한화가 더블아웃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실점이 늘어날뻔 했다. 한화는 임준섭에 김이환, 송창현까지 선발로 낸 데 이어 21일 선발로 미국 유턴파 김진영을 예고하며 선발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김진영은 한화의 올 시즌 15번째 선발투수다. 임준섭과 송창현도 올해 첫 선발등판 때 5이닝 이상 던지며 깜짝 활약했지만 경기를 거듭해도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리란 확신이 없어 고심이 깊다.

지난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키움-LG전. 1회말 키움 선발 김선기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 연합뉴스

 

키움도 미국 유턴 2년차 우완 김선기가 첫 세번의 선발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 안우진의 부상으로 생긴 선발진 공백을 쉽게 메꾸는 듯 했다. 특히 김선기는 첫 세번의 선발등판에서 5이닝-6이닝-7이닝 순으로 투구이닝을 늘려가며 선발진에 연착륙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잠실 LG전 5이닝 5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긴 뒤, 18일 고척 한화전에서 1.1이닝만에 4실점으로 무너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승호가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고, 에릭 요키시도 8월 2경기에서 모두 8실점한 상황에서 김선기도 완벽한 대체재가 되지 못했다. 2위 싸움을 벌여야하는 키움마저도 당장 결과를 알 수 없는 선발진 실험을 다시 고민해야하는 지경이 됐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