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창현. 한화이글스 제공

 

좌완 송창현(30·한화)은 2013년 한화 유니폼을 입기 전부터 본인이 원했던 것 이상의 주목을 받았다. 베테랑 장성호의 트레이드 상대가 갓 대학교를 졸업한 신인이었다는 점, 김응룡 당시 한화 감독이 송창현을 제주국제대 재학 시절부터 눈여겨 봤다는 점 등이 화제거리였다.

마운드에 섰을 때 느끼는 부담감이 그보다 작을리는 없었다. 2014시즌이 끝난 후에는 어깨수술을 받았고, 2016년 11경기에서 고작 10.2이닝을 던진 뒤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해 전역 후에도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송창현은 점차 잊혀지는 투수가 됐다. 올해도 6월 1군에 딱 한 차례 등판해 1이닝을 던졌다가 다음날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지난 20일 대전에서 만난 송창현은 “사실 상무 복무 중에도 공이 좋지 못했다. 속구 최고구속이 시속 130㎞ 중반 밖에 안나왔다”며 “어깨 수술을 한 차례 받긴 했지만 특별히 아프지는 않았다. 왜 구속이 나오지 않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창현은 “전역 후 팀에 합류했을 때도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앞서 좋은 공을 뿌리지 못했다”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로 전역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송창현은 고척 키움전에 선발등판했다. 2014년 7월27일 대전 KIA전 이후 1848일만의 기회에서 5이닝 3실점 깜짝 호투를 했다. 김하성-제리 샌즈-박병호 등 일발장타가 있는 우타자들이 즐비한 키움을 상대로 송창현의 호투를 예상한 이들은 없었다.

한화 송창현이 20일 대전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 윤승민 기자

 

송창현은 “사실 선발등판은 나도 깜짝 놀란 소식이었다. 지난 16일 상무와의 2군 경기 때 1군 선발등판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1군 등판을 기대하며 준비했던 것들이 잘 들어맞았다. 송창현은 키움전 선발등판 때 체인지업 비중을 크게 끌어올렸다. 2016년에는 속구 다음 구종이 슬라이더-커브였는데, 18일 등판 때는 속구를 48.7%, 체인지업을 43.4% 던질 정도로 비중을 늘렸다. 송창현은 “자신없는 구종은 아니었는데 실전에서 제구가 잘 안됐다. 다듬어서 제구를 조금씩 잡았다”고 말했다.

‘금방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송창현은 “아직 내 자리는 없다. 언제든 2군에 내려갈 수 있다”면서도 “‘볼·볼·볼’ 던지다가 내려가면 억울할 것 같았다. 후회없이 던지자고 마음먹고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다”고 말했다.

비록 승리까지 따내지 못했지만, 송창현은 이날 호투로 선발 등판 기회를 한 번 더 얻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타자와의 수싸움, 완급조절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송창현은 “최대한 1군에서 많이 던지는 게 목표”라고 했지만 오랫동안 맛보지 못한 선발승도 내심 바라고 있다. 송창현은 2014년 5월8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선발승이 없었다. 선발승을 따면 은사 김응룡 감독에게도 할 말이 많아질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송창현은 “가끔 명절 때 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안부를 여쭤봤는데 올해는 아직 못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송창현은 은사에게 더 기쁜 목소리로 안부를 여쭐 것 같다.

대전|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