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배구 서머 매치’를 함께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왼쪽부터)이 23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인터뷰 도중 웃고 있다. KOVO 제공

 

“우리가 모이면 왜 자꾸 일이 커지는거야?”

23일 부산 기장체육관. 남자배구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44)은 볼멘 소리를 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현역 시절부터 절친했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3),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43),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43)도 인터뷰 현장에 나란히 앉아 함께 웃었다. 네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2019 배구 서머매치’가 기대 이상의 호응 속에 배구 축제로 거듭나자 이들도 내심 기쁜 듯 했다.

2018~2019시즌이 끝나고 석 감독과 장 감독이 소속팀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되면서 신 감독과 최 감독을 포함한 넷의 인연은 꾸준히 회자됐다. 넷은 실업팀 삼성화재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보냈다. 신 감독을 뺀 세 동갑내기 감독은 인천 주안초-인하부중-인하부고를 함께 다닌 동창생이기도 하다.

넷이 모두 감독이 된 후 때때로 모여 술잔을 기울이다 일을 냈다. 현대캐피탈-삼성화재가 추진하던 비시즌 연습경기에 장 감독과 석 감독이 참여 의사를 전했고, 각 구단이 부산시의 지원을 이끌어내 판이 커졌다. 지난 22일, 평일임에도 기장체육관에 배구팬 1300여명이 운집할 정도로 흥행이 성공하자, 네 감독은 각자 사비를 모아 23일 관중들에게 나눠 줄 아이스크림 2000개를 준비했다. 이 역시 네 감독이 경기 후 늦은 밤 함께 술잔을 부딪치며 ‘함께 키운 일’이다.

각 팀은 오후에 사흘 연속 경기를 치르고, 그 전에는 배구부가 있는 부산 지역 학교를 찾아 유소년 클리닉도 하고 있다. 최태웅 감독은 이번 서머 매치에 대해 “선수들이 연습했던 부분을 실전에서 발휘하는 것도 의미가 깊지만, 유소년과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는 자리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했다. 석진욱 감독은 “관중들이 모인 가운데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했다. 선수들의 기량을 비공개 연습경기 때보다 더 잘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부산에서 프로팀이 창단됐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고 했다.

코트에 서 있는 것 자체도 어색한 두 초보 감독에게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장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하려고 부저를 눌러 놓고 심판에게 시그널(두 손으로 T자를 만들어 보이는 것)을 안했다”고 하자 석 감독이 “나는 시그널만 보내고 부저를 안 눌러서 심판이 당황하더라. 신 감독이 이걸로 계속 놀린다”고 거들었다. 친구들이지만 감독 후배인 둘에게 최태웅 감독은 “지금 친선경기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지만, 시즌을 치를 수록 시야가 많이 좁아질 거다. 당황하지말고 큰 그림을 그려가며 잘 버텼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네 감독은 앞으로 더 큰 일을 꿈꾸고 있다. 최태웅 감독이 “올해는 부산 한 곳에서만 대회를 했지만, 내년에는 두 곳 이상을 돌며 연습경기를 치를까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이 “남자부 다른 세 팀도 함께하면 좋겠다”고하자 옆에서 장병철 감독이 “여자팀들도 참여하면 좋겠다”며 말을 보탰다. 그 와중에 신 감독은 “또 일을 키우느냐”며 핀잔을 줬지만, 석 감독은 “그래서 우리가 신 감독과 함께 하는게 아니겠냐. 신 감독이 계셔야 흥행이 된다”며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다.

부산|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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