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 이재영, 양효진(왼쪽부터)이 지난 18일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진천 연합뉴스

 

지난 1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남·녀 배구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매년 다양한 배구 국제대회가 열리고, 여자 대표팀은 앞서 2019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까지 치렀지만 최우선 목표는 올림픽이다.

그러나 8월 열리는 대륙간 예선은 만만치 않은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미주 등 잘 알려진 강호들 외에도 한 때 한국보다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국가들의 기량이 최근 향상되고 있다는 판단을 대표팀 내부적으로는 하고 있다.

남·녀 배구 올림픽 대륙간 예선에서는 총 24개국 중 6개국이 올림픽 진출권을 갖는다. 4개국씩 6개조로 나눠 조별 풀리그를 치르고, 최상위 팀이 올림픽 진출 티켓을 얻는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B조에 미국-벨기에-네덜란드와 함께 속했다. 여자 대표팀은 러시아-캐나다-멕시코와 함께 E조에 배정됐다. 여자부 예선은 8월2~4일, 남자부 예선은 8월9~11일 각각 6개국에서 일제히 열린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여자 대표팀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로 각각 출국해 일전에 나선다.

당초 여자 대표팀은 강호 러시아를 꺾는다면 대륙간 예선 통과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듯 했다. 세계랭킹 9위인 한국 여자 대표팀보다 러시아(5위)는 랭킹이 높지만 캐나다(18위)와 멕시코(21위)는 한 수 아래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참가한 여자 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주장 김연경은 신중했다. 특히 첫 경기 상대인 캐나다를 경계하는 듯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2년 전만해도 러시아 배구가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할지 몰랐다. 신체, 전술 등 모든 면이 월등하다”며 “현대 배구는 짧은 시간에 많이 변한다. 캐나다 역시 발전했고, 첫 경기 캐나다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연경 역시 “러시아도 워낙 강한 팀이지만, 캐나다도 좋은 경기력 보여줘 무시하지 못할만큼 성장했다”며 “멕시코 또한 이번 대회에 주축 선수들이 모두 참가해 만만히 볼 수 없다”고 했다.

캐나다의 경우 최근 열린 2019 FIVB 챌린저컵에서 우승했다. 상위 리그인 VNL에 다음 시즌 합류할 수 있게 되는 등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V-리그 GS칼텍스에서 뛰었던 알렉사 그레이가 대회 최다 득점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김연경이 “첫 경기를 잘 치러 좋은 분위기를 탄다면 러시아와의 마지막 경기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여자 대표팀이 희망을 놓기만한 것은 아니다.

남자 대표팀의 갈길은 더욱 멀어 보인다. 미국(2위)-벨기에(12위)-네덜란드(15위)에 비해 한국의 랭킹 24위는 낮다. 여자 대표팀과 달리 올해 VNL에는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임도헌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도 장기적으로 내년 1월 열릴 아시아 대륙 예선을 생각하고 있다. 아시아 예선은 5개팀이 티켓 1장을 두고 경쟁하는데, 중국-이란이 이번 대륙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아시아 예선에 합류하면 한국의 올림픽 진출은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나름의 분석을 통해 남자 대표팀은 기적을 꿈꾼다. 임도헌 감독은 “미국은 강호다. 다만 플로터 서브에 약점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서브 템포에 변화를 주며 상대를 교란시키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벨기에에 대해서는 “조직력이 좋은 팀이니 우리가 범실을 최대한 줄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네덜란드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타이스가 있다”는 말을 꺼냈다. 임 감독이 삼성화재 감독 재임 시절 외인 선수로 함께했던 공격수 타이스 덜 호스트는 여전히 네덜란드 대표팀의 공격 자원이다. 임 감독은 “타이스를 중심으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고 라이트 공격수를 잘 막는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