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부산 기장체육관을 찾은 1300여 팬들이 ‘배구 서머매치’를 관전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제공

 

정식 경기는 아니었기에, 프로배구 V-리그 정규시즌만큼 많은 것이 준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더욱 선수들과 관중들은 더욱 가까이서 호흡했고, 올스타전 못지 않은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 21일부터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2019 부산 서머매치’는 공식 경기가 아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아니라 주최사가 아닌 후원사로 참여했고, 행사를 계획한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OK저축은행, 한국전력 구단 및 부산시체육회·배구협회에서 행사를 주최했다.

단순한 연습경기에 비할 수 없이 행사의 규모는 커졌지만 서머 매치는 어디까지나 연습경기다. KOVO 소속 심판들이 배치되긴 했지만 중계방송이 되지 않으니 V-리그 때와 달리 방송장비도 없었다. V-리그 경기 때마다 눈에 띄는 광고판도 없었고, 경기 도중 흐르는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도 없었다.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정식 유니폼이 아닌 훈련복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오히려 그 덕에 선수들과 관중들은 더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듯 했다. 팬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거나 경기장 분위기가 가라 앉으리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우선 프로배구에 대한 갈증이 적잖았던 부산의 배구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 분위기를 돋웠다. 행사 첫 날이자 휴일인 지난 21일에는 5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장체육관에 3100명이 입장했고, 평일인 22일에도 13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이 부산 시내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기장군에 위치했으나 흥행은 기대 이상 성공적이었다.

응원을 주도하는 사람이 없이도, 선수들의 공격과 몸을 날린 플레이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모든 구단이 홈 구단이었고, 모든 선수들이 홈팀 선수였다. 부산 내 초등학교 배구부 어린이 10여명이 서브를 넣는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어린이들은 서브를 실패했을 때 ‘괜찮아!’를 연호하는 광경은 정규시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현장의 구단 관계자들도 “뜻이 맞는 구단들간의 V-리그 경기에서 응원 내지 경기 진행 음악을 최소화한채 치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승부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연습경기였기 때문인지, 선수들도 더욱 경기를 즐겼다. 이 경기를 시즌 준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는 감독들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보이기도 했지만, 선수들은 관중 호응에 더욱 신이난 듯 했다. 공격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려 손짓하면서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조재성(OK저축은행)은 22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 도중 득점을 성공시킨 뒤 관중석 맨 앞줄에 앉은 관중들과 줄줄이 하이파이브하기도 했다. 이승원(현대캐피탈)은 환호를 보냈던 어린이들 사이로 다가가 우뚝 서기도 했다. 이따금씩 선수들의 실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21·22일 열린 4경기는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으로 진행됐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이 마련됐다. 오후 4시 경기가 끝난 뒤에는 경기장 2층 복도에서, 6시 경기가 끝난 뒤에는 코트에서 선수들이 줄지어 선 팬들을 반겼다. 팬들은 자연스레 선수들에게 다가가 사진 촬영 및 사인을 요청했다. 이벤트가 올스타전만큼 다양하지 않더라도 없이도 팬들과 선수들이 신이 나니 즐거운 축제가 완성됐다.

부산|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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