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왼쪽)과 주장 김연경이 18일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천 연합뉴스

 

“갈 길이 멀어보이긴 하지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저의 배구 선수의 목표이자 꿈입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기둥이자 주장인 김연경(31·엑자시바시)은 짐짓 ‘마지막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하려는 듯 했다. 오는 8월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배구 대륙간 예선을 앞두고 1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남·녀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김연경은 “일단은 올림픽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던 김연경은 “아직 우리에게 갈 길이 멀다. 전세계 배구 수준이 많이 높아졌고 강호들을 꺾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아쉽게 놓쳤던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을 다시금 밝혔다. 김연경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대회 최다득점과 함께 MVP로 선정됐지만 한국은 동메달결정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져 4위에 그쳤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준준결승에서 탈락했다.

김연경이 목표를 밝히기 조심스러워한건 세계 배구의 전반적인 성장세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해외 생활을 한지 10년차다. 해외 선진 배구를 경험하면 ‘우리 시스템은 아직 부족하고, 갈 길이 멀구나’라고 느낀 때가 많았다”며 “신체조건만 좋았던 나라들이 많았지만 어느새 우리와 기본기가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말했다. 여자배구 대표팀에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부임하며 ‘스피드 배구’를 이식하고 있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적응기를 거치고 있지만, 김연경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의 배구를 배워오고, 또 상대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희망을 봤다. 김연경은 “최근 배구협회에서 투자를 해주셔서 훌륭한 감독님과 스태프들을 만났다. 저보다 어린 선수들은 좋은 배구를 배우고 있다”며 “‘우리가 준비를 잘 하고 있구나, 뭔가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게 오랜만이다. 이번에 올림픽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한국 배구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자 배구 대표팀 베테랑들의 각오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 남자 배구는 2000 시드니 대회 이후로 올림픽 진출이 없었다. 최고참 한선수(34·대한항공)와 박철우(34·삼성화재)도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다. 그런만큼 더욱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선수는 “올림픽은 선수로서 꼭 나가고 싶은 대회다. 철우와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 많이 했다”고 했다. 한선수는 대표팀 키플레이어로도 박철우를 꼽으며 “노장답지 않게 공격력이 탁월하다. 유럽 팀들과 많이 뛰어본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 뭔가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장 신영석(33·현대캐피탈)도 “‘올림픽’이라는 말만 들어도 각오를 다지게 된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도 같은 생각하게끔 주장으로서 역할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녀 대표팀은 다음달부터 올림픽 대륙간 예선을 치른다. 여자팀은 8월2~4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러시아-캐나다-멕시코와, 남자팀은 9~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미국-벨기에-네덜란드와 풀리그를 치른다. 상위 1팀만이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다. 여기에서 떨어지면 남·녀 대표팀은 내년 1월 예정된 아시아 예선에 도전하게 된다.

진천|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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