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정후(왼쪽)와 KT 강백호. 이석우 기자

 

이제 ‘괴물 신인’에서 타이틀 홀더이자 팀의 중심으로 도약해가고 있다. 소속팀의 3번 자리를 꿰차 리그에서 돋보이는 안타 생산력을 발휘하는 이정후(21·키움)와 강백호(20·KT)가 그렇다.

지난 24일 기준 두산 외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최다안타 1위(108개)를 기록중인 가운데, 강백호(102개)와 이정후(100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신인치고 수준급의 성적’을 냈던 두 선수가 어느덧 리그에서 가장 빨리 100안타 고지를 밟은 3명 안에 들었다. 강백호는 타율 부문 4위(0.340), 출루율 4위(0.418)에 각각 올랐고, 이정후 역시 타율 8위(0.322)를 기록중이다.

이정후와 강백호 모두 데뷔 첫 해부터 주전 한 자리를 꿰찬 남다른 신인이었다. 신인들 중 ‘군계일학’으로 이변없이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첫 해가 화려했던만큼 2년차·3년차가 갈 수록 적응을 마친 상대 투수들의 견제 속에 부침을 겪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둘은 모두 ‘훌륭한 주전급 선수’라는 평가를 넘어 타격 타이틀까지 노려볼 수 있는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3위(0.355)를 기록하긴 했으나 어깨 부상 때문에 결장한 탓에 경쟁자들보다 적은 109경기를 뛰었다. 규정타석을 채우긴 했으나 풀타임 가까이 경기 소화했을 때도 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강백호 역시 지난해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29개)을 다시 썼지만 타율(0.290)은 44위에 그쳐 ‘리그 정상급 타자’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조금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다.

그랬던 이들이 최근 들어 꾸준히 3번 타순에 들어서는 것은 달라진 위치를 가늠케 하는 대목다. 강백호는 지난해 주로 1·2번 타순에 등장했으나 올해는 24일까지 77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단 한 경기 빼고 모두 3번타순에 배치됐다. 이정후는 주로 1번으로 나서다 박병호가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지난 6일 이후 선발출전한 13경기 중 12경기에서 3번타순에 배치됐다. 박병호 외에도 김하성, 제리 샌즈 등 강타자가 많은 키움 타선에서 이정후는 3번에 고정된 건, 그만큼 이정후의 타격 능력이 팀에서 대체불가 자원이 됐다는 뜻이다. 장정석 키움 감독도 “이정후는 앞으로도 3번 타순을 맡아줘야 할 선수”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두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각각 2년차 최고 연봉(강백호·1억2000만원)과 3년차 최고 연봉(이정후·2억3000만원)을 경신했다. 특히 강백호는 이정후가 1년 전 세운 2년차 최고연봉을 곧바로 경신하면서 묘한 경쟁관계를 이뤘다. 두 선수가 시즌 개막 후에도 기대대로 성장하고 자리잡아가고 있는 건, 그라운드 내의 볼거리를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야구계에도 반가운 일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