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화가 마운드 부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선수가 아닌 코치를 바꿨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한화 1군 마운드를 책임진 송진우 투수코치·김해님 불펜코치와 2군의 정민태 투수코치·마일영 불펜코치의 보직을 맞바꾼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적잖은 엔트리 변경 속에서도 마운드 부진의 해법을 찾지 못한 한화가 코치진 교체를 새로운 길로 택한 것이다..

한화는 지난해 마운드의 힘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송은범, 이태양, 안영명 등 해에 따라 선발과 중간을 오가던 중고참급 투수들에게 불펜 주요 자리를 맡겼고, 또 이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해가며 상대 공격 흐름을 차단했다. 세이브 1위인 마무리 정우람을 정점으로 둔 마운드 운용이 잘 통했다. 지난 시즌 도중 외인 선발 투수를 교체하고, 또 국내 선발들이 믿음을 주지 못한 가운데서도 한화는 시즌 내내 상위권에 머무르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스프링캠프 내내 구상해 놓은 국내 선발진이 일찌감치 틀어졌다. 외인 원투펀치의 성적은 지난해보다 한결 나아졌고, 시행착오 끝에 장민재가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줘 마운드가 반등하는 듯 했다. 그러나 불펜이 지난해만 못했다. 필승조의 면면은 거의 바뀌지 않았으나 마무리 정우람과 안영명 정도만이 건재할뿐이다. 불펜진의 성적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못하다. 윤규진·김재영 등이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당장 성적이 나지 않다보니 한화는 인내심을 갖고 투수들이 제 모습을 보여주길 기다리기 어려웠다. 한화 불펜 투수들은 대부분 시즌 중 한차례 이상 2군에 다녀왔다. 핵심 불펜을 제외한 선수들의 1·2군 이동도 잦았다. 올 시즌 한화에서 최소 1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는 25명으로, 10개 구단 중 롯데(28명) 다음으로 많다. 한화는 24일 기준 올 시즌 1군 투구이닝이 5이닝 미만인 투수(8명)가 롯데와 더불어 가장 많은 팀이기도 하다.

이렇게 올 시즌 한화에서는 2군에서 1군으로 올린 투수들 중 올해 두드러진 기량을 보인 새 얼굴도 드물다. 다른 팀에서 새로운 투수를 데려오는 방안 역시 여의치 않다. 그나마 한화 마운드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두 외인 투수이기에, 분위기 전환 카드로 ‘외인 교체’는 한화에 어울리지 않는다. 코치진 교체는 이런 한화에서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대책이었다.

지난해 한화는 1·2군 투수파트의 역할 분담이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수 출신인 한용덕 감독과 함께한 1군 코치진은 가용한 불펜진을 적재적소에 잘 썼고, 2군 코치진은 1군에서 다소 처진 선수들을 잘 추슬러 1군에 복귀시켰다. 각자 맡은 바가 조금씩 달랐던 코치들이 자리를 맞바꾼 셈이다. ‘분위기 쇄신’이 한화 마운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