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뒷줄 왼쪽)를 비롯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1세트를 33-31로 승리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석우 기자

 

2020 도쿄 올림픽 남자배구 본선 탈락의 여파는 작지 않았다. 아시아 예선 준결승에서 이란에 풀세트 접전 끝 패해 귀국하는 뒤에도 남자배구 대표팀 출전 선수들은 아쉬움을 덜지 못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피로했던 대표팀 선수들은 아시아 예선 직후 재개된 V-리그에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세터 한선수, 레프트 곽승석-정지석, 센터 김규민 등 대표 선수를 4명이나 배출한 대한항공에도 여파가 미쳤다.

지난달 18일, 현대캐피탈에 1-3을 패한 뒤 대한항공은 어느덧 6연승으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선두 우리카드를 1-3으로 꺾으며 승점(56)·승수(20승)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다. 정규리그 역전 우승의 가능성까지 열렸다.

대표팀 세터이자 주장인 한선수는 경기 후 “최근 힘든 경기를 많이 했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올림픽 예선에서의 여파에서 벗어나고 선수들이 정상궤도를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체력적으로 최절정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한선수는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까봐 ‘안힘들다’ 생각하며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두고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결과뿐 아니라 경기 수준도 완벽했다”고 평했다. 한선수는 “선수들끼리 우리 것을 많이 하자고, 집중력을 갖자고 이야기했다”며 “리시브나 토스, 공격이 안풀릴 수도 있지만 책임감을 갖고,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한선수는 유독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은 연습하면서 아직 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코트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자신이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팀워크가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2세트를 상대에게 내준 것을 두고도 “의지를 갖고, 안풀리는 공격을 커버했어야 하는데 그게 좀 안돼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며 다소 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곧 입대하는 후배 센터 김규민을 향해서 장난 섞인 한 마디를 던졌다. 한선수는 “저는 입대하기 전날까지도 운동했다”며 “배구에 대한 의지가 있으면 전날까지 운동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장충|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