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선수들이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석우 기자

 

이제 10경기도 남지 않았다. 프로배구 남자부 정규리그 선두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1위 우리카드와 2위 대한항공의 승점차는 ‘0’이다. 두 팀의 승점(56)과 승수(20승)는 같으나 우리카드가 세트득실률에 앞서 한계단 우위를 점했다. 우리카드가 대한항공보다 한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으나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려운 차이다. 지난 9일 맞대결에서 대한항공이 우리카드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며 선두다툼은 혼전이 됐다.

공교롭게 두 팀의 팀컬러는 서로 상반된다. 대한항공은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지난 시즌 창단 첫 봄배구에 성공한 우리카드가 올 시즌 막판까지 선두를 지킬줄은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조차도 예상치 못한 바였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에도 면면이 화려하다. 세터 한선수, 레프트 듀오 곽승석-정지석에 센터 김규민까지 주전 4명이 이번 2020 도쿄 올림픽 남자배구 아시아 예선 대표팀에 뽑혔다. 가장 많은 대표선수를 배출했다. 외인 농사까지 성공했다. 외인 공격수 안드레스 비예나는 득점·공격종합 1위에 올라있다. 

반면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봄배구의 일등공신이던 특급 공격수 리버만 아가메즈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외인을 2명이나 바꾼 채 시즌을 치렀다. 레프트 나경복-황경민, 리베로 이상욱 등이 감독의 기대보다 더 많이 성장한 덕이 컸다. 외인 공격수 펠리페 알톤 반데로도 꾸준히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나경복·이상욱이 남자배구 대표팀에 차출됐으나 출전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만큼 체력소모가 덜했다. 

선수들 면면만 보면 ‘경험’의 대한항공과 ‘패기’의 우리카드로 구분될 것 같다. 실제 지난 9일 맞대결도 대한항공의 경험과 승부욕, 집중력이 우리카드를 꺾은 요인이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우리 선수들에게 모두 승부사 기질이 있는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조금 다르다. 대한항공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범실을 기록한 팀이다. 28경기·108세트에서 저지른 범실이 757개로 1위다. 대한항공만이 세트당 범실 숫자가 7개를 넘는다. 반면 우리카드는 팀 범실이 540개로 최소다. 세트당 범실도 5.24개로 최소다.

대한항공의 범실은 강한 서브를 즐겨 구사하는 탓이 크지만, 서브 외 상황에서 나오는 범실도 2~3위 수준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다. 박기원 감독도 “범실을 좀 줄이자고는 하지만 감독 맘대로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패기에도 불구하고 범실이 적은 우리카드는 그에 반해 결정력을 숙제로 안고 있다. 펠리페와 나경복이 올 시즌 제 몫을 하고는 있지만 경기마다 기복을 보인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대한항공이 공 다루는 기술에서는 우위에 있다. 우리 팀도 의욕만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는 없다”며 “상황에 따른 여러 대처를 지시하고는 있지만 정착이 되지는 않았다. 그에 대한 준비가 끝난다면 재밌는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