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전시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삼성화재 블루팡스 - 우리카드 위비 경기에서 우리카드 펠리페와 노재욱이 삼성화재를 물리치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2020시즌 V-리그 각 구단들은 남·녀부 가릴 것 없이 외인 선수의 부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면서도 재정적인 문제 또는 후보군이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점 때문에 대체 외인을 데려오지도 못하고. 그저 기존 선수가 일찍 회복하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팀들이 많다.

팀 공격의 3분의1 이상을 책임지는 외인 없이 국내 선수로만 뛰는 팀들은 대개 패배를 감수하고 일전에 나선다. 그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경험을 쌓았다는 데 위안을 삼는 정도다. 그런 와중에도 외인 없이 상승세를 탄 팀들이 있다.

남자부 우리카드는 지난 4일 삼성화재를 3-2로 꺾으면서 6연승을 달리고 승점 26점(10승3패)으로 선두에 올랐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홀로 35점을 올린 외인 펠리페 알톤 반데로였지만, 이 전 4연승은 펠리페 없이 거둔 것이었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지만, ‘특급 공격수’ 리버만 아가메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오프시즌 아가메즈와 재계약했으나 부상을 당해 우리카드는 외인을 두번이나 바꿨다.

펠리페마저도 지난달 9일 OK저축은행과의 2라운드 경기 후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우리카드가 위기에 몰리는 듯 했지만, 오히려 대한항공과 선두싸움을 하기에 이르렀다. 대한항공을 피하고, 현대캐피탈과는 새 외인이 합류하기 전 상대하는 등 약간의 대진운도 따랐다. 그러나 나경복이 최근 대표팀에 합류하고 큰 무대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고, 동갑내기 레프트 한성정-황경민도 전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분전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이제 펠리페도 부상을 털고 합류했기에 우리카드의 두 시즌 연속 봄배구 진출 기대감은 더 커졌다.

여자부 도로공사의 상승세도 우리카드를 닮았다. 도로공사도 4일 GS칼텍스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두고 최근 4경기 3승1패의 상승세를 탔다. 도로공사의 시즌 승수는 4승(8패). 지난달 19일 현대건설전 이후 허리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은 외인 테일러 쿡 없이 4경기를 치렀는데, 오히려 승수를 더 늘렸다.

3승 중 2승은 선두권의 흥국생명과 GS칼텍스를 상대로 따낸 것이어서 더 뜻깊다. 물론 흥국생명은 외인이 부상으로 빠졌고, GS칼텍스는 이소영-강소휘가 모두 빠진 가운데 맞서는 등 도로공사에도 행운이 따랐지만, 하위권에 처진 도로공사는 상위권 팀과의 잇단 맞대결이란 고비를 넘겨 반등의 실마리를 잡은 건 어쨌든 좋은 일이다.

도로공사도 외인의 자리를 메울 대체자의 성장 속에 기세를 탔다. 레프트 전새얀이 최근 4경기에서 모두 17점 이상을 기록하는 등 박정아를 잇는 제2 공격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새얀은 6번째 시즌을 맞이하면서도 백업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다 모처럼 잡은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4일 20점을 내며 승리를 이끈 전새얀에 대해 “최근 몇경기 활약은 운이 좋았던 덕분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신감도 많이 붙고 경기 흐름을 읽는 눈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새얀도 “주전으로 처음 나설 때는 경기 초반 부담감이 컸는데, 이제는 경기 시작부터 자신감있게 임하고 있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