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왼쪽)과 한선수. 이석우 기자·KOVO 제공

 

지난 1일 천안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현대캐피탈-대한항공전. 최근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뜨거운 라이벌전에서 당장 승리를 따낸 쪽은 대한항공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마냥 웃을 수도 없었고, 현대캐피탈이 낙담하고만 있을 필요는 없는 경기였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이 3-2로 이겼지만, 먼저 1·2세트를 따내고도 3·4세트를 내줘 풀세트 접전을 치른 끝에 겨우 승리했다.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는 기회에서 1점을 손해본 셈이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승점 1점을 건져냈다. 그보다 더 기쁜 것은 문성민이 발목 부상을 딛고 복귀해 정상적인 몸상태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문성민은 지난달 8일 발목 부상을 당해 3주 이상 쉰 문성민은 이날 23일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그리고 외인 공격수 다우디 오켈로(17점)에 이어 팀에서 두번째로 많은 14점을 따냈다. 1·2세트 때는 중후반부에 잠깐 투입됐고, 3세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공격성공률은 62.50%에 이르렀다. 현대캐피탈이 경기를 풀세트까지 끌고간 데는 문성민의 힘이 컸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문성민 덕분에 승점을 1점 더 따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비록 연승은 이어가지 못했지만, 외인 다우디의 합류에 문성민까지 정상적으로 복귀하면서 5위(승점 18점·6승7패)에 처졌던 현대캐피탈이 3라운드 상위권으로 재도약할 동력은 충분히 마련했다. 2일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권인 3위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승점차는 4점에 불과하다. 

반면 대한항공은 승리하긴했지만 주전 세터 한선수의 공백을 절감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외인 안드레스 비예나가 홀로 39점을 따낸 끝에 승리했지만 정지석(17점)과 곽승석(15점) 등 토종 선수들의 활약은 기대에 못미쳤다. 대한항공이 1·2세트를 따낸 건 17점을 몰아낸 비예나 덕분이었다. 

외인 공격수와 토종 레프트 등 ‘삼각편대’의 위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건 세터 한선수의 노련한 볼배급이다. 지난달 14일 한국전력전부터 한선수가 손가락 골절로 빠진 뒤 베테랑 세터 유광우가 노련미로 공백을 메우고 있으나, 아무래도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탓에 결정적일 때 한계가 드러난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3·4세트 유광우 토스의 높이나 속도가 비예나가 공격하기 어렵게 왔다. 코트 안에서는 서로 의사소통하기가 힘들어 4세트를 마친 뒤에야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선수도 문성민과 비슷하게 3주 정도의 재활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정대로라면 곧 돌아온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복귀 시기가 미뤄지면 대한항공은 최악의 경우 한선수 없이 3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한선수는 내년 1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치르는 남자배구 대표팀이 12월 중순 소집될 때 차출될 것이 유력하다. 여자부는 남자부와 달리 12월말까지 쉬지 않고 3라운드를 치른다. 대한항공은 승점 26점(10승3패)로 선두를 달리고는 있으나 삼성화재와의 승점차는 4점에 불과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