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한화 단장(왼쪽)과 성민규 롯데 단장이 12월 5일 서울 강남구 모 호텔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바라보고 있다. 이석우 기자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소개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

현재 KBO리그에도 새로 부임한 단장들이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롯데에 부임한 성민규 단장(38)과 10월에 단장을 맡은 정민철 한화 단장(48)이 그 주인공들이다. 야구인 출신 두 단장은 해설위원으로서 인연을 맺었다는 점, 그리고 2019시즌 9·10위를 기록한 최하위권 팀들의 단장이라는 점 등에서 공통점이 많다. 두 단장은 지난해 11월 포수 지성준과 투수 장시환을 맞바꾸는 2대2 트레이드로 이미 야구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두 단장은 점점 어깨가 무거워지는 중이다. 밤잠 설치는 날도 늘어나고 있다.

두 단장 모두 내년 어느 정도 성적을 내겠다고 확언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내년만큼은 그간 흐르고 흘렀던 팬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다짐에는 마음을 같이 했다. 스포츠경향이 지난 연말, 두 단장을 한 자리서 만났다.

■팬과 우상, 그리고 해설위원 동료, 이어 단장까지

성민규 롯데 단장(이하 성)=“고등학교 시절부터 정말 ‘야구광’이었습니다. 그 중 부드러운 투구폼을 가진 정민철 단장님 팬이었습니다. 제가 2006년 KIA에 입단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코치로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계셨죠. 저는 무명의 선수여서 그 때 저를 모르셨겠지만 항상 속으로 ‘멋있다’라고 동경하던 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다 제가 해설위원을 시작하고 3~4년 정도 경력을 쌓았을 때 함께 해설하는 입장이 되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매번 볼 때마다 매너가 좋으시고 내가 한참 어린데도 먼저 해설했다는 것에 대해 존중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정민철 한화 단장(이하 정)=“해설위원을 할 때 사실 모니터도 많이 했던 분 중 하나입니다. 듣고 배울게 많더라구요. 메이저리그 시간대 타이밍이 맞으면 해설을 들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래도 피부로 직접 경험을 했고 체득한게 많았던 분이라 시청자 입장에서 좋았습니다. 확실히 모든 팀들의 운영에 대한 흐름도 잘 알고 있고 선수에 대해서도 디테일하게 알고 계시더라구요. 스카우트로서의 경험이 해설에 잘 묻어나서 당시 아주 좋은 공부가 되었던 교재이기도 했습니다.”

성=“단장이 된 뒤에는 늘 대화를 하고 통화를 정기적으로도 했죠.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고 통화도 자주했습니다. 단장이란 보직에 대한 동질감도 많이 느끼곤 했죠. 사실 단장을 하면 모든게 다 힘들어요. 선수 방출부터 시작해서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힘들고, 욕을 먹는것도 힘이 들어요. 그 부분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선수 출신이 아닌 단장님들도 계시지만 아무래도 공통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 마디라도 더 주고받을 수 있었죠. 제가 또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직군을 떠나서 모르는게 있으면 무조건 물어보곤 합니다. 성 단장에게도 질문을 많이 하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에너지가 있는 분이라 느꼈고 최근 윈터 미팅에서는 경험은 견줄 데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정민철(왼쪽) 한화 단장과 성민규 롯데 단장이 지난 연말 서울 강남구 모 호텔에서 만나 웃고 있다. 이석우 기자

 

■트레이드 성사, 막전막후

성=“저는 언제나 프러포즈하는 것처럼 트레이드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오퍼를 기다린다고 좋은 트레이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내 카드가 거절당할까봐 무서워하는 것보다는 100개라도 던져보고 성사되는게 나은 거니까요. 좋아하는 여성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정 단장님에게도 트레이드를 먼저 제의를 했고 처음으로 성사가 됐습니다. 윈-윈(win-win)이라고 해야할까요.”

정=“성 단장과 KBO리그 안에서의 내부 순환에 대해서 생각하는 코드가 비슷했어요. 서로 무엇이 필요하고 부족한지 일치해야 교환이 원활하잖아요? 그 중에서 성 단장과 우리 팀과 필요한 부분이 겹쳐서 타이밍이 잘 맞았던 거구요. 본의아니게 신임 단장들이 와서 그렇게 딜이 이뤄지니 관심을 받았던 것 같네요.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건 그 트레이드가 팀 이미지 메이킹만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는 거에요.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이 어떻게 잘 흘러나가야되는지 구상하는 사람들입니다.”

성=“서로에게 필요한 걸 긁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는 좌타 1루수(김주현)도 필요했습니다. 장시환 선수가 한화에서 잘한다면 기쁠 겁니다. 한화에겐 이기는 투수가 필요했고 우리는 당장 필요한 전력을 보강한 겁니다. 누가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요.”

■잠 못 이루는 나날이 시작됐다

정=“제 삶이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단지 결정권이 많아졌을 뿐이죠. 처음에는 업무 파악을 빨리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끙끙거렸는데 기존에 계신 분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만 2019시즌에 받아들인 성적표를 보면 얼만큼 반등을 해야하는지, 얼마나 간극을 좁혀야하는지 그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제가 한화에서 코치시절 겪었던 경험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성=“저는 잠을 못 자요. 지금도 머릿 속에서 숫자가 왔다갔다 합니다. 어릴 때부터 OPS(출루율+장타율)등을 계산하고 기록을 외우는 걸 좋아했어요. 하루종일 1군부터 2군까지 선수들을 바라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해내야하고 계약 생각을 해야합니다. 항상 8시간 정도 자던 사람인데 이제는 더 일찍 일어나거나 더 늦게 자죠. 그래도 지금 일상이 행복합니다.”

정=“아직 마음 고생이랄거까지 꼽을 수 있는 건 없어요. 다만 비난은 피할수 없다는 걸 압니다. 거기에 위축되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도 잘 알죠.”

성=“제 롤모델인 테오 앱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을 보면 ‘저 사람은 피 한방울 안 흐르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하는데 선수들 방출을 결정할 때에는 제 맘대로 안 되더라구요. 게다가 주목받는 것도 안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팬들이 궁금한 저만의 ‘프로세스’를 전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이제는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요.”

■첫 마무리 캠프에서 찾은 희망…가을야구를 향한 약속

성=“마무리캠프가 끝난 후 선수들에게 설문 조사지를 다 모았습니다. 처음 한 것 치고는 선수들의 인식 변화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는게 큰 소득입니다. 솔직히 내년에는 몇위를 하든 변화하는 모습을 팬분들에게 보여드리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팬들이 원하는만큼 못 하더라도 방향성을 보여주는게 목표입니다.”

정=“부상 없이 기존에 돌아와야할 전력들이 건강하게 일정을 소화했다는 점이 큰 성과였습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마무리 캠프에서부터 팀 컬러가 바뀌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다행히 그건 한용덕 감독님과도 일치했구요. 성적 변화를 일으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실시간으로 습득해서 배치시켜야하는게 내 일입니다. 그게 저의 중장기적 계획이고 팀이 챔피언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우선 2020년 첫 걸음은 지난 시즌보다 나은 팀이 되는 것, 그 다음해에는 그게 반복되는 것입니다.”

성=“5강이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해봤거든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우리가 올해 건 슬로건인 ‘Drive to win’을 하다보면 매번 이기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5강을 포기한게 아닙니다. 이기다보면 다다를 수 있겠죠. 프로 선수들은 돈을 받지 않습니까. 최선을 다해야하는건 당연한 겁니다. 제가 프런트로서, 단장으로서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모습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정=“저는 가을야구를 했던 2018년의 센세이션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년만에 희석 되어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 때의 퍼포먼스가 나올 것이라고 보고 돌아올 전력도 있기 때문에 가을야구를 하겠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019시즌보다는 순위를 끌어올릴 겁니다. 그리고 가을야구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강한 팀으로 변할 것입니다. 구성원들의 작은 변화된 마음으로 긴 여정을 시작할 겁니다.”

김하진·윤승민 기자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