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에 끝날 예정이던 이집트 대선 투표가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에 하루 더 연장됐다. 이집트 선거위원회와 정부는 투표 불참 벌금까지 내걸며 참여를 종용했다. 그러나 유력 당선자인 압델 파타 엘시시 전 국방장관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불만도 나온다.


선거위는 27일 공영 MENA 방송을 통해 “투표율이 37%이며, 더 많은 유권자들의 참여를 위해 투표일을 28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아랍의 봄’ 이후 무함마드 무르시가 당선됐던 2012년 대선 때의 52%에 못미치는 수치다. 이브라힘 마흐라브 임시 총리는 “투표율이 아주 낮았던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이 참여하는 게 좋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엘시시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투표일이 늘어나도 대세는 변하지 않는다. 엘시시의 지지율은 70%를 넘는다. 유일한 상대 후보인 함딘 사바히의 지지율은 2%에 그친다. 후보가 둘 밖에 없다는 점도 정통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2012년 대선에는 무르시를 포함해 후보가 10명이 넘었다.

이집트 대선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27일 수도 카이로의 한 투표소에 경비에 나선 군인들 사이로 빠져나오고 있다.  카이로|EPA

정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27일을 휴일로 지정했고, 투표 마감 시간도 오후 9시에서 10시로 미뤘다. 법무부는 투표에 참석하지 않으면 벌금 500이집트파운드(약 7만원)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 공영방송의 시사 해설가는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반역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랍의 봄’ 전면에 나섰던 무슬림형제단과 무르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시민들이 투표를 거부하고 있다. 시민들은 무력으로 정권을 뒤집은 무르시에 대해서도 불만이고, 투표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여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수도 카이로 등지의 투표소에선 투표 참여자들이 전날보다 더 줄었다고 전했다. 이집트의 법학도 후세인 하사네인(24)은 “우리는 엘시시가 이길 것을 알고 있다. 이 선거는 가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쿠데타로 무르시를 몰아냈던 엘시시는 그 동안 권력을 잡기 위한 수순을 밟아 왔다. 그러면서 자신의 집권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을 차단해왔다. 군부가 세운 임시정부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집단으로 규정했다. 지난 3,4월에 걸쳐서는 무르시 지지자들 약 700명에게 사형판결을 내렸다. 군부는 이미 쿠데타 때 무슬림형제단과 무르시 지지자 1400여명을 숨지게 했다. 엘시시와 쿠데타를 비판하는 언론들을 통제했으며, 집회와 시위는 군·경력을 동원해 진압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이로 주민은 “어차피 이곳은 경찰 국가인데 왜 우리가 투표를 해야 하는가”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