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전 국방장관이 8일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엘시시는 이날 수도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공식 이양받고 이집트의 6대 대통령이 됐다.

취임식에서 엘시시는 “국가의 미래가 바뀔 역사적인 순간이다”며 “지난 두 차례의 혁명의 과실을 얻고 더 굳건한 미래를 만들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취임식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등 아랍 왕정 국가들의 왕실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집트에서 열리는 민주주의 선거가 왕정을 위협한다고 여겨왔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8일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카이로|AP



반면 서방 국가들은 냉랭한 반응을 취임식에서도 이어갔다. 미국만 존 케리 국무장관을 취임식에 보냈을 뿐,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이집트 주재 대사들만 취임식에 파견했다. H.A. 헬예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대사 정도를 취임식에 파견한 것은 그들이 새 정부 출범에 관심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서방 국가들은 엘시시가 민주적인 선거로 당선된 이집트 최초의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했다는 데 우려를 표해왔다.

엘시시는 지난해 7월 쿠데타를 일으켜 무르시 정권을 전복시켰다. 이후 이집트의 실권자로 군림했으며, 무르시가 이끌던 무슬림형제단과 학생들이 쿠데타에 반발하자 무력진압을 일삼았다. 엘시시는 지난달 26~28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9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의 선거 보이콧에 투표율이 절반에도 못미쳐 정통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반면 엘시시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날 취임식을 보면서 “엘시시 덕분에 무슬림형제단이 일으킨 사회 혼란을 엘시시가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