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사우디 외교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가 13일 밝혔다. 알 파이잘 왕자는 이날 수도 리야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은 우리의 이웃이며, 오랫동안 맺어왔던 관계 개선을 위해 협상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란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을 사우디로 초청했다고 아랍뉴스 등이 전했다. 이란 측은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두 나라는 중동을 대표하는 국가다. 아라비아반도 대부분에 걸쳐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의 다수파인 수니파 국가다. 반면 페르시아반도를 기반으로 한 이란은 대표적인 시아파 국가다. 종파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도 다르다. 사우디와 미국은 60년 넘게 동맹 관계를 이어오고 있지만,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인한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상태였다. 최근엔 이란 등이 일으킬 수 있는 안보위협을 풀기 위해 앙숙 관계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공조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나 최근 핵협상이 진전 기미를 보인 이후 이란은 사우디 등 중동 수니파 국가들을 향한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였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우려하는 중동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었다. 자리프 외교장관은 지난해 11~12월에 걸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쿠웨이트 외교장관과 카타르 국왕을 연달아 만났다. 이란 내외에서는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우디-이란 간 협상이 우선 성사되면 이 같은 이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풀이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