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시리아 일부를 장악한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최대 도시 알레포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내 IS 세력을 통제 못해 지상군 투입까지 고민하는 사이, 시리아에서는 IS가 착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시리아 사태를 방기한 채 이라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에서 시리아 내전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민간기구 시리아인권관측소는 IS가 알레포 부근 6개 마을을 점령했으며, 알레포까지 이들 수중에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13일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유서 깊은 고도이자 경제 중심지인 알레포를 두고 시리아 정부군과 반정부 진영이 공방전을 계속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반정부 진영을 대표하는 자유시리아군과 IS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 양측이 서로 알레포를 놓고 싸웠다. 관측소는 “IS는 알레포로 가는 길목을 장악함으로써 다른 반군세력과 맞설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라크 사태가 심각해지자 공습에 이어 지상군 투입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1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야지디 민간인 구출에 필요하다면 지상군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라크에 파견한 군사고문관 130명이 며칠 안에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내올 것”이라고 밝혔다. 로즈는 “지상군을 전투에 투입하는 것과 민간인 구출에 투입하는 것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언론들은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겠다던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이라크 정책이 지상군 투입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기사들을 실었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사태와 시리아 내전을 분리하는 입장을 고집하는 한, IS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IS는 시리아 내전에서 힘을 키웠고, 시리아 반정부 진영 내 온건세력과 충돌하며 극단주의자들을 규합했다. 시리아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한 시리아 라카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IS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IS의 공격을 받는 이라크 소수집단 야지디에 대한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공습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리아의 인도적 위기는 이라크보다 훨씬 심각하다. 2011년 3월 내전이 시작된 이래 시리아에서는 17만~25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이 집계한 난민 수만 300만명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IS 대응이 근본적으로 실패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미국의 시리아 전문가 무함마드 알라 가넴은 미 의회 일간지 더힐 13일자 기고에서 “미국의 IS 대응은 근시안적이며, 이라크와 시리아의 소수집단을 오히려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썼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잡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시리아 반정부 진영을 지원하지 않은 탓에 IS가 커졌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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