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9일 오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전주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호남 지역 경선이 조기에 불붙고 있다. 투표가 열흘 이상 남았지만 각 주자들이 벌써부터 호남선에 몸을 실고 있다. 호남 승리 후보는 민주당 최종 후보가 돼온 역사가 있다. 전체 선거인단 200만명 중 호남 대의원·권리당원만 20만명이다. 호남 출신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 역전극을 노린다. 충청 경선으로 대세론을 형성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호남 정서를 기대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9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를 방문해 전북권 발전전략 공약을 발표한 뒤 전주 남부시장을 방문했다. 전날 광주시의회에서 호남권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연이틀 호남 행보를 진행한 것이다. 이날 김두관 의원도 전남도의회를 방문하고 김영록 전남지사와 면담하는 등 호남 행보에 합세했다.

호남 대의원·권리당원 투표는 추석연휴 기간인 오는 21일(광주·전남)과 22일(전북) 각각 시작된다. 투표 결과 발표는 각각 25일과 26일이다. 60여만명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나오는 ‘1차 슈퍼위크’ 결과 발표인 12일 이후 약 2주간의 시간이 있다. 아직 대구·경북과 강원 순회경선은 끝나지도 않았다. 그만큼 호남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 때문에 대선 주자들의 눈은 벌써부터 호남을 향하고 있다.

민주당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호남 지역에는 대의원·권리당원 선거인단이 20만명에 이른다. 민주당 전체 선거인단 200만명의 10% 수준으로, 경기(16만명)와 서울(14만여명) 지역보다 많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례처럼 민주당 경선에서 호남에서 이긴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가 됐다는 전통도 있다.

이 때문에 충남 지역 경선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이재명 지사에게도, 2위 자리에서 역전을 노리는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호남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계산은 다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연고지이기도 한 호남에서의 몰표가 역전의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하며 호남 후보라는 상징성을 강하게 어필했다. 정치적 승부수였던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 의원직 사퇴 선언도 전날 광주에서 했다. 충청 지역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율이 50% 수준에 그친 것을 들며 선거인단에 투표 참여를 호소하기도 했다.

영남 출신인 이 지사는 호남의 전략적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호남 경선 전 1차 국민선거인단 64만명의 표심이 여론조사대로 이 지사에게 쏠린다면, 호남 지역도 자연스레 이 지사를 지지할 것으로 본다. 이 지사는 현직 도지사이기 때문에 호남을 방문할 시간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적다. 이 지사 캠프 소속 현직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호남을 돌면서 바닥 민심을 더 다진다는 계획이다. 캠프 소속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자체적으로는 전남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지지도가 박빙으로 보지만, 광주와 전북에서는 이 지사가 과반 이상 득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지사의 호남 조직력이 떨어질지는 모르나,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한다면 호남 지역 대의원·권리당원이 유력 후보를 밀어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