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웨이·드니로 조합, 한소희·최민식으로
11년 만의 한국식 재해석
AI·신조어 등장한 2026년 한국 직장
원작과 다른 결말로 ‘성장’ 강조
한소희 “시간에 쫓기는 선우, 제게 하는 말 같아”
최민식 “좋은 어른 고민”

업계에서 급부상한 회사를 일군 여성 최고경영자(CEO), 그를 보좌하는 흰머리 지긋한 노년의 남성 인턴. 기존의 직장인 클리셰를 비튼 두 주인공을 내세운 2015년 영화 <인턴>이 있었다. 30대 대표 앤 해서웨이와 70대 인턴 로버트 드니로의 따뜻한 동행을 그린 영화는, 국내에서도 360만 관객을 모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조합 그대로, 한국판 <인턴>이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패션 회사의 창업 CEO ‘선우’는 한소희가, 37년 직장 경력의 인턴 ‘기호’는 최민식이 각각 연기했다. 소설이 원작인 <82년생 김지영>, 중국 영화 리메이크작인 <만약에 우리>를 연출했던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리메이크 영화는 11년 전 원작의 줄거리를 대체로 충실히 따라간다. 아내와 사별하고 딸은 해외로 떠나보낸 기호는 패션계에서 3년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한 ‘우투투’의 실버 인턴으로 입사한다. 기호는 CEO인 선우 직속으로 배치되지만, 어른들을 불편해하는 선우는 기호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다. 경험이 풍부했던 기호는 회사가 신경 쓰지 않는 일을 하고 직원들을 도우며 녹아들고, 선우도 기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대중에게 깊이 각인된 원작을 새롭게 만드는 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도영 감독은 “리메이크를 준비하던 5년 동안 원작과 많이 다른 시나리오도 있었다. 원작이 깊이 각인돼 있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다’고 느꼈다”며 “원작과의 끊임없는 비교는 숙명”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인물들이 지금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 같다면, 지금 우리에게도 통하는 얘기가 될 수 있으리라 봤다”고 말했다.
“클라이맥스는 다르게 가고 싶었다”는 김 감독은 결말에 차이를 뒀다. 김 감독은 “원작은 상처를 봉합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저는 선우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독립적인 주체로 한 걸음 나아가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우는 촉망받는 기업인이지만 자잘한 실수를 저지른 탓에 투자자들은 전문 경영인 영입을 요구하고 나선다. 일이 바빠 남편과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안팎의 위기에 선우는 자신 탓이라며 자책할 때가 많다. 기호는 그런 선우의 일을 도우며, 때로는 정신적 길잡이가 된다.

한소희는 8일 인터뷰에서 “선우는 시간에 쫓겨 산다. 뭔가 재촉해야 하고, 성과를 빨리 내야 한다”며 “기호는 선우에게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작 그걸 간과한 게 선우였다. 기호가 선우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선우는 비로소 성장한다. 한소희는 “시간에 쫓겨 사는 저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리메이크판에서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신조어’ 대결이다. 기호는 젊은 직원들과 어울리고자 ‘어쩔티비’(어쩌라고), ‘킹받네’(열받네)라는 말을 배워서 써먹지만 ‘그것도 옛날 말’이라는 핀잔만 듣고 ‘느좋’(느낌 좋다)이란 말에 당황한다. 하지만 기호는 젊은 인턴 동료가 짝사랑 때문에 고민하자 ‘뻐꾸기를 날리라’는 조언을 건네며 금방 어울린다. 인공지능(AI) 사용이 보편화된 것도 11년 전과 달라진 풍경이다.
최민식은 “작품을 촬영하면서 ‘좋은 어른에 대한 사회의 갈망이 크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들며 “그분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지 않고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저런 삶을 산 것”이라며 “남에게 잘 보이는 사람보다는, 잘못을 지적할 줄 알고 내 인생을 괜찮게, 양심껏 사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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