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시즌 20승과 200안타는 꽤 상징성 높은 기록이었다. 20승은 한국 프로야구에도 투수 분업화가 진행되면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기록이 됐고, 200안타는 1994년 이종범(당시 해태)이 196안타로 근접했을뿐 2014년 서건창(넥센·201개) 이전까지 그 주인공이 오래도록 나오지 않았다.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가 자리잡고, 한 팀이 치르는 경기 숫자가 144로 늘어나면서 이같은 시즌 누적 기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10구단 체제 네번째 시즌을 맞는 올해까지 살펴보면 두 기록의 위상 변화에는 차이가 있다.
7일 현재 다승 선두인 두산의 세스 후랭코프는 지난 6일 대구 삼성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시즌 17승(3패)을 거뒀다. 116경기를 치른 두산은 올 시즌 마지막까지 28경기를 앞두고 있다. 두산의 5인 로테이션이 순차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5번의 선발 등판이 더 남았다. 여기서 3승만 추가하면 후랭코프는 한국 첫 시즌에 20승을 거두는 영광을 누린다.
후랭코프가 20승에 성공하면 2016년 더스틴 니퍼트(당시 두산·22승)와 지난해 KIA의 원투펀치 양현종-헥터 노에시에 이어 3년 연속 20승 투수가 나오게 된다.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1987년까지 매년 20승 투수가 나온 이후, 3년 연속 20승 투수가 나오는 건 처음이다.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선발 투수의 등판 기회가 늘어나면서 20승 달성 가능성도 늘었다. 2015년 다승왕 에릭 해커(당시 NC)도 19승을 거둬 20승에 근접했다. 타선과 불펜의 도움을 충분히 받는다면, 20승도 꿈에서만 이룰 수 있는 기록이 아니게 됐다. 후랭코프는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6이닝 이상을 꾸준히 투구해주고 있고, 선두 두산의 강한 타선과 불펜도 등에 업고 있어 기록 달성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반면 경기수가 늘었음에도 200안타 고지는 쉽게 정복되지 않고 있다. 2015년 유한준(당시 넥센·188개), 2016년 최형우(당시 삼성·195개), 지난해 손아섭(롯데·193개) 등 문턱에 다다른 타자들은 있었지만 역대 최다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김현수(LG)가 유력후보였다. 지난 4일까지 팀이 치른 전경기(117경기)에 출전하며 안타 164개를 쳤다. 남은 경기를 모두 치른다면 201안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김현수는 4일 수원 KT전 1루 수비 도중 발목을 접질렸고,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빨리 부상에서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최대 9경기를 못뛰게 돼 기록 달성에 지장이 생겼다. 김현수에 이은 최다안타 2위 손아섭은 현재 페이스면 자신이 지난해 세운 기록(193개)에 근접하게 된다. 팀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여지가 큰 20승과 달리 최다안타는 개인의 노력으로 이뤄내야 할 몫이 크기 때문인 것일까. 팀당 128경기를 치르던 2014년 서건창이 세운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이 더욱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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