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6일]"이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어요"···유황샘물 사업에 수십억 끌어모은 일당

강원 춘천시의 유황샘물 공장에 걸린 유황샘물 시추 액자. 서울 강동경찰서 제공

암치료·아토피에 효과가 있는 유황샘물에 투자하면 출자금의 3배를 돌려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황샘물은 ‘이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는 간증과 함께 팔렸지만 실제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인체에 효능을 발휘한다는 성분은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유황샘물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전해 주고, 출자금액의 3배를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챙긴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업체 대표 최모씨(57)를 구속하고, 목사 등 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경기도 내 한 기도원에서 ‘암치료·아토피에 효과가 있다’며 유황샘물을 알음알음 팔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최씨 등은 유황샘물을 대규모로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유황샘물을 개발했다는 기도원 목사 이모씨(75)에게 접근했고, 이씨 등과 함께 업체를 차렸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최씨의 업체는 자본력도 부족하고 유통경로도 거의 없어 유황샘물을 팔아 큰 수익을 낼 수가 없었다”며 “애초에 최씨가 허위 사업으로 투자금을 챙기기 위해 아이템을 찾다가 유황샘물을 알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의 업체는 지난해 7~12월 서울 강남구, 강동구 등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어 “유황샘물에는 게르마늄과 셀레늄이 함유돼 있어 암치료·아토피 등에 효과가 있다”며 “유황샘물 사업 관련 1계좌에 550만원을 납부하면, 매월 100만원씩, 투자금의 3배가 될 때까지 지급하겠다”고 광고했다. 유황샘물 개발자라는 이씨도 설명회에 나서 투자자들에게 효능을 설명했다. 이들은 또 강원 춘천시에 차린 유황샘물 생산현장을 투자자들에게 견학시키기도 했다. 시중은행 금리를 초과하는 수익률에 투자자는 1600명 넘게 모였고, 이들은 총 27억원을 업체에 투자했다.

최씨 업체는 유황샘물은 마트 등에서 2ℓ 페트병 6개에서 1만원대 가격으로 판매하려 했다. 그러나 호응이 없었고, 판매는 2주만에 끝났다. 이후 최씨 업체는 후순위 투자금을 모아서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배당금을 내는 ‘돌려막기’식으로 명맥을 이어나갔다.

최씨가 접근하기 전부터 유황샘물은 ‘이 물을 오랫동안 마시니 몸이 좋아졌다’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물’이라는 기도원 방문자들의 간증과 함께 팔려왔다. 그러나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유황샘물에는 신체에 효능을 발휘한다는 게르마늄과 셀레늄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고수익 사업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은 경우에는 투자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의 유황샘물 공장에 널브러진 유황샘물 포장 박스들. 서울 강동경찰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