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 갈무리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에 전시된 좀비 조형물이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롯데월드는 “항의가 들어온 조형물을 우선 철수했다”며 “비슷한 호러 컨셉트의 조형물이 있는 곳에는 안내문을 붙여 원치 않는 관람으로 손님이 놀라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3시쯤 주부들이 주로 찾는 한 유명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주말 롯데월드를 방문했다는 누리꾼의 글과 현장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인간의 신체 모형을 정육점에서 파는 고기처럼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에 담아 비닐 랩으로 포장한 듯 연출한 조형물이 찍혔다. 해당 조형물에는 정육점 고기를 본뜬 듯 제품명과 바코드가 찍힌 대형 스티커도 붙어 있었다. 부위명이 쓰인 자리에는 ‘Zombie meat’(좀비 고기)라는 문구가 적혔다. 머리카락은 어깨와 등 윗부분을 덮을 정도로 길었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신체에는 고기에 묻은 핏물처럼 빨간 혈흔이 표현돼 있었다.

이 조형물은 롯데월드가 지난 1일부터 오는 11월5일까지 진행하기로 한 ‘호러 할로윈 2’ 행사의 일환으로 전시된 것이었다. 지난 주말 롯데월드에서는 어두운 밤 가짜 피를 묻히고 좀비 분장을 한 연기자들이 돌아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롯데월드는 지난해에 이어 호러 할로윈 행사를 2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지금 살인사건도 일어나고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이 이런 걸 보고 현실과 구분을 할지 모르겠다”며 “이런 걸(조형물을) 지나가는 사람들 다 보게끔 해놨다. 딱 보는 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그는 “너무 놀라 롯데월드와 통화했지만 항의 전화는 (제가) 처음이라고 했다”며 “롯데월드에 (이런 것을) 즐기러 가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따로 전시하거나, 노출이 안되게 했으면 한다”고도 썼다.

이 게시글은 1만번 이상 조회됐으며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깜짝 놀랐다” “지나가는 사람 다 보게 만드는건 좀 아닌 듯” “두 번 다시 보고싶지 않은 혐오스런 비주얼” “초등학생 살인사건과 오버랩돼 보기 힘들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또 “어른들은 진짜·가짜 구분하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좀…” “아이들이 보는 곳에 설치됐다니… 아이 키우기 어려운 세상” 등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게시글 작성자에게 롯데월드 측 전화번호를 물어 항의하겠다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롯데월드는 4일 해당 조형물에 불편을 느낀다는 항의가 많이 들어와 이를 철수했다고 밝혔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손님들의 반응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할로윈 호러 컨셉트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를 싫어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