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첫 모녀 회원이 아프지도 않은 노인들을 연간 수십차례 병원 진료를 받게 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억원대의 진료비를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에서 어머니는 징역형, 딸은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성필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변모씨(61)에게 징역 5년, 변씨의 딸인 의사 김모씨(33)에게 징역 1년6월·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2012년 9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각 3억원과 1억원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에 첫 모녀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 강남구에서 2013년 8월부터 ㄱ센터라는 사회적기업을 사실상 운영해온 변씨는 딸 김씨에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김장김치, 양념불고기 등을 현물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라”고 했다. 김치와 불고기는 ㄱ센터에서 만들었다. 변씨는 김치와 불고기를 만들 노인과 장애인 등을 모집하며 “ㄱ센터에서 일하면 시간당 2000원의 임금을 주고 한의원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회원이 된 이들은 단체로 김씨가 운영하는 병원의 한방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변씨는 2014년 중순부터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사회적소비자협동조합을 세우겠다며 사업설명회를 열고 노인들을 끌어들였다. 변씨는 설명회에서 “조합이 설립되면 김치공장을 만들고 월급 120만원을 주며 일하게 해주겠다”며 “대신 의료생협에서 세우는 한의원에서 6개월간 72회 진료를 받고 치과에는 6개월 동안 12번을 다녀야 한다”고 했다.
변씨는 지난해 조합 설립 절차를 모두 마치고 치과병원과 한의원을 각각 설립했다.회원들은 김씨의 병원과 조합 명의로 설립한 치과병원·한의원에 단체로 진료를 받으러 다녔다. 그들의 진료비는 변씨 센터에서 대신 냈다.
병원이 받는 진료비는 환자부담금과 건보공단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공단부담금으로 나뉘는데 변씨는 환자부담금보다 훨씬 많은 건보공단 부담금을 노렸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센터 회원 및 조합원들은 변씨가 “안 아플 때 침 맞는 것은 건강과 상관없다” 등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조합 명의 한의원에서 일했던 한 한의사는 “병원 규모에 비해 침상이 과하게 많았고, 노인 환자들이 상담 없이 침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며 “환자들이 횟수를 채우기 위해서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증언했다.
이 한의원에서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만회가 넘는 진료가 이뤄졌지만, 이 기간 진료를 받은 환자수는 1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이런 식으로 김씨와 조합의 병원에서 불법적인 진료 유도에 의한 과잉진료가 벌어졌다고 봤다. 모녀는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건보공단으로부터 진료비 부담금을 6억원 넘게 받아냈다.
변씨가 낸 진료비(환자부담금)는 김씨를 거쳐 다시 변씨에게 되돌아왔다. 변씨는 2015년 12월 김씨에게 기부할 김치 재료비 수천만원을 변씨 센터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김씨 병원 수익의 많은 부분이 ㄱ센터로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변씨와 김씨는 법정에서 노인들에게 강제로 진료를 받도록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변씨는 김치공장 취직 및 급여 지급을 명목으로 딱히 치료가 필요 없어도 특정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며 “김씨가 변씨의 지시에 따라 변씨 센터를 지원한 점 등을 보면 변씨의 센터와 김씨의 병원이 환자부담금을 서로 주고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불필요한 요양급여 지출로 사회적 비용을 야기했고, 불필요한 진료로 노인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며 “피고인에게 엄벌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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