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에서 기획재정부에 지난 8월 공식 요청했으며, 기재부 내부 실무 검토를 거쳐 국회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삭감과 ‘부자 감세’ 기조를 질타했고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재정 지출을 비판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부자 감세로 비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 속도를 늦추자”는 의견를 냈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 부총리에게 영빈관 예산 편성 과정을 물었다. 정부는 영빈관 등 대통령실 부속 시설 신축 사업비로 878억6300만원을 편성했다가 반발 여론이 일자 지난 16일 철회했다.
추 부총리는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지난 8월에 신축 예산 요구안이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기재부의 1, 2차 예산(편성)심의를 받지 않고 ‘프리패스’를 한 게 아니냐”고 묻자 추 부총리는 “기재부 내부에서 실무 검토를 거쳤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추 부총리에게 영빈관 신축 예산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를 물었고, 추 부총리는 “개별사업에 대해서 하나하나 보고드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 장관이 이 예산을 보고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 국기문란”이라고 하자 추 부총리는 “(예산 편성이) 확정되는 것은 그(대통령실) 안의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논리는 부자 감세, 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업 투자를 유치해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너무 쉬운 논리”라며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 (법인세를) 내린 국가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정부를 제외하고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법인세를 일관되게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유엔총회 참석 차 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국익을 관철할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우리의 중요한 과제여서 논의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한 점을 문제삼았다. 이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효과가 없다는 2020년 조세재정연구원 연구 결과에 대해 “5개의 실증분석 주제 중 실제 연구가 진행된 것은 1개뿐”이라며 “(추 장관이 의원 시절) 지역사랑상품권을 ‘현금살포성 재정 중독 사업’이라고 하셨는데, 소비자들은 액면가의 90% 이상을 직접 구매하고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에게 집중적으로 소득증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예산 삭감에 대해 “중앙에서 전국으로 지방교부세가 내려간다. 그 재원을 갖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여부를 결정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배추와 시금치가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나와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지수가 5.7~5.8%인데, 일본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적극적으로 소비자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대기업들은 코로나19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부자 감세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 속도를 좀 늦춰야 한다”며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점을 잘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재정지출을 지적하며 “주요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바뀌어서 이제 제대로 된 재정 운용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쌍방울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쌍방울이 조폭의 자금으로 인수됐다는 설이 정설이다. 조폭 자금의 기업 인수 합병 통제방안은 없겠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법에 위반되면 법치주의에 따라서 모든 행위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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