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방어하는 동시에 민생 행보를 강조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각종 난맥상 노출과 여권의 계속되는 자중지란에도 불구하고 추석 연휴 이후 민주당의 지지도는 하락하고 있다. 민주당이 더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2015명에게 조사해 19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를 보면 민주당은 46.2%, 국민의힘은 38.3%였다. 같은 기관의 일주일 전 조사보다 민주당은 지지도가 2.4%포인트 하락했지만 국민의힘은 3.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조사한 9월 3주차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8%, 민주당 31%였다. 같은 기관의 직전 조사인 9월 1주차 조사보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2%포인트 올랐지만 민주당 지지도는 3%포인트 하락했다.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넘어섰다. 이는 한국갤럽 정례 조사 중 지난 7월 1주차 조사 이후 10주 만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14일 만 18세 이상 1071명에게 실시한 9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44.0%, 국민의힘은 39.1%였다. 같은 기관의 직전 조사인 8월 5주차 조사에 비해 민주당은 2.8%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3.2%포인트 상승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은 지난달 말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후 ‘정치 탄압 대응’과 ‘민생’을 동시에 강조해왔다. 이 대표는 민생, 다른 지도부 인사들은 대여 공세에 방점을 두는 역할 분담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부의 ‘초부자 감세’와 ‘민영화’ 추진을 언급했다. 지난 16일 전북에서 연 현장 최고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처리한 것을 두고 “속도전으로 국민 뜻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 박홍근 원내대표나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특검)법 처리를 주장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추석 연휴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떨어지는 추세이다. 특히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의 지지 감소가 눈에 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도가 9월 1주차 35%에서 9월 3주차 29%로 떨어졌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중도층 민주당 지지도는 8월 5주차의 46.7%에서 9월 3주차 39.4%로 하락했다.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각종 민생 법안의 단독 입법을 시사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 무리하게 강행처리를 할 경우 ‘임대차 3법’ 때처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민생 문제에 대한 지도부 인사들의 의견을 묻고 정책위 차원의 진행을 요구하고 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의 모습을 중앙 정치에 보이려는 시도이지만,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행정집행권이 없는 야당에서 이 대표의 주문이 현실화될지도 불투명하다. 이 대표가 국정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이슈를 제기하고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민생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 대표를 방어하는 모습이 도드라진다는 지적이 있다. ‘민생의 민주당’이 아니라 ‘대표 리스크 방어의 민주당’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공세도 ‘이재명 방탄’에 맞춰지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고위에서 대표가 민생을, 다른 지도부가 정치 보복을 ‘투트랙’으로 언급한다고 해도 결국 정치 보복과 이 대표 관련 수사만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 내의 경제·정책 전문가들을 더 전면에 부각시키고 지도부의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등 보다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