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의 은행 관련 분쟁조정처리일이 평균 300일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저축은행 등 중소 서민금융권 분쟁조정처리일도 올 상반기 평균 122.8일로 지난해(82.4일)보다 50%가량 늘었다. 재판보다 신속하게 분쟁을 조정하라는 금융분쟁조정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업권별 평균 분쟁처리 기간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은행업권 분쟁조정처리일은 평균 299.1일, 카드·저축은행 등 중소 서민금융권 분쟁조정처리일은 평균 122.8일이었다. 지난해에는 은행이 평균 250.9일, 중소 서민금융권이 82.4일이었다. 은행은 평균 300일까지 늘었고, 중소 서민금융권은 50%가량 증가한 것이다.

 

금감원의 금융분쟁조정은 금융 소비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보다 이른 시일 내에 양 측의 조정안을 도출하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36조는 ‘금감원장은 분쟁조정 신청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신청 건을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회부해야 하고, 분조위는 회부 후 60일 이내에 조정안을 작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뒤 조정안이 90일 내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과 카드·저축은행 관련 평균 분쟁조정처리일은 지난해보다 증가했을뿐 아니라 90일을 훌쩍 넘긴다. 증권 등 금융투자업 분쟁조정 처리일은 평균 120.5일로 지난해(144.4일)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90일을 넘고 있다.

 

분쟁조정 처리 건수가 많아지면서 처리기간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전체 업권 금융분쟁조정 접수 건수는 1만9292건으로 월 평균 3215.3건이다. 이는 지난해(2541.3건)와 2020년(2677.5건)보다 늘어난 수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 분쟁조정건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피해자들이 줄지어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접수 건수도 늘고 처리도 길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 서민금융권의 경우는 지난 4월 발생한 신한카드·삼성카드의 이용자 정보 누출 사건 여파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통한 서민들의 모바일 비대면 대출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 산업과 상품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추세에 따라 분쟁조정 신청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분쟁조정 처리기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 건수가 늘어나는데 (관련) 인력을 무조건 충원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은 “금융분쟁 처리 시일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면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분쟁을 처리할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