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파업 노동자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정부·여당과 재계의 반대를 뚫고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취지가 담긴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56명이 이날 공동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7건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후 손해배상가압류가 사회적 화두가 된 지난 7월 이후 4건이 발의됐다. 2020년 발의된 법안 2건이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에 상정됐을 뿐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을 벌인 하청노동자들에게 수백억원대 손배 소송을 제기하면서 입법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정의당이 당론으로 발의하고, 민주당 의원 46명이 가세하면서 입법 동력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개정해 노동쟁의 행위와 손해배상 면책범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폭력이나 파괴 행위로 인하여 직접 발생한 손해’로 한정하고, 기업이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재산을 압류·가압류할 수 없게 하자는 내용, 손해배상액을 시행령 등으로 제한하자는 내용 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계기로 발의된 법안에는 법 2조에 명시된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하자는 내용이 추가로 담겼다. 사용자들이 하청업체를 통해 하청노동자를 사용하면서도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상황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근로자의 고용관계가 간접고용에 해당하는 경우, 직접사용자(원청)와 간접사용자(하청업체)가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전 청구액을 미리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원·하청업체가 이중으로 손해배상 청구하는 일을 막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에 노란봉투법을 포함했다. 정의당처럼 의원 전체가 공동발의에 참여하는 형태의 법안을 별도로 발의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전후로 민생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재계와 정부·여당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전날 국회를 찾아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사용자)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취지의 노란봉투법 반대 의견서를 냈다. 노사대등 원칙이 훼손되는 데다 손배소 청구가 사측의 유일한 파업 대응 수단이며,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게 재계 측 주장이다.
21대 국회 전반기와 달리 모든 법안이 거쳐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몫이라는 것도 난관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지만, 재계의 반대 속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통한 법안 처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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