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2일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강원 합동연설회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세론’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를 포함한 ‘1차 슈퍼위크’ 결과 과반 이상의 총 누적 득표율(51.41%)을 기록하면서다. 대의원·권리당원들의 ‘당심’뿐만 아니라 ‘민심’도 이 지사에게 힘을 싣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이 지사는 오는 25~26일 호남 지역 경선에서 승기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12일 강원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서 공개된 1차 국민선거인단 49만6672명의 투표 중 25만3762표를 받아 51.0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충청과 대구·경북, 강원 지역 등 네 차례 순회경선에서 대의원·권리당원으로부터 득표율 54.11%를 기록한 데 이어 일반당원 및 국민으로 구성된 국민선거인단에게도 과반 이상 지지를 받은 것이다. 2위 이낙연 전 대표와의 전체 득표율 차는 20.33%포인트가 됐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대전·충남과 5일 세종·충북, 11일 대구·경북. 이날 강원 순회경선에서 4연승을 거뒀지만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투표인단의 3분의 1 수준인 1차 국민선거인단 64만여명에게 얼마나 많은 투표를 얻는지가 관건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가 국민선거인단에서 많은 표를 받으면 전체 누적득표율 격차도 줄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당원 외의 국민들까지 다수 포함된 국민선거인단 중 77.37%가 참여했고, 투표 결과가 이 지사에게 과반의 표를 안기며 판세는 어느 정도 유지됐다.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율은 2017년 민주당의 19대 대선 경선 전체 투표율(76.6%)을 넘어섰다.

대선 경선은 다른 당내 경선들에 비해 본선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후보에게 표가 더 쏠린다는 점이 그대로 확인됐다. 앰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9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이 지사는 대선주자들 중 가장 많은 25%의 지지도를 받았고, 민주당 지지자 내에서는 55%에 달해 이 전 대표(26%)를 크게 앞섰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각 대선 캠프들이 ‘동원령’을 내리면서까지 1차 선거인단 모집에 사활을 걸었지만, 조직동원력은 크게 빛을 보지 못한 셈이다.

이로써 이 지사는 당심과 민심이 모두 선택한 후보로서의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할 가능성도 커졌다.

아직 2차 국민선거인단 약 50만명의 투표 및 현재 모집중인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호남과 서울·경기 등 선거인단이 20만명 넘는 지역의 대의원·권리당원 순회경선이 남아있다. 하지만 1차 슈퍼위크 대세론이 일거에 꺾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대선 경선이 비대면 선거로 치러지면서 이 지사의 약점인 조직력 열세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당심과 민심이 이 지사를 동시에 택했음이 증명된 점은 ‘원팀 형성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이 지사 캠프 한 의원은 “당 안팎에선 조기에 이 지사를 중심으로 한 ‘원팀’ 구성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직 경기지사인 이 지사는 호남 지역 방문이 제한돼있지만 13일 비대면 간담회로 광주·전남 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민심 껴안기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다른 주자들은 ‘1강 견제론’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남을 연고로 둔 이낙연 전 대표와 전북 출신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역 주민들에게 ‘동정표’를 호소할 수도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국면에서 검찰개혁 색채를 뚜렷이 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본선 승리 가능성이 적은 후보도 지역민들에게 ‘우리 후보가 참패하지 않도록 표를 달라’는 동정론에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