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주민번호·지문까지 빼앗긴 소설가
자신과 똑같은 ‘들쥐’ 추적 나서
류준열, 미세한 차이 둔 1인2역
“누군가 나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

“저는 누구일까요. 배우일까요. 누군가의 아들일까요. 저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게 신분증, 은행 계좌, 이런 걸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지 않나요. 거기서 오는 공포가 은은하게 들었습니다.”
인간의 손·발톱을 먹고,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인간인 척 살아가는 들쥐. 전래동화 속 들쥐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넷플릭스 10부작 시리즈 <들쥐>는 똑같은 모습의 가짜를 상대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달 28일 공개 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시리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연 류준열은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며 “찍을 때는 몰랐는데, 보고 나니 ‘누군가가 나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촉망받는 젊은 소설가 ‘문재’(류준열)는 사고로 부모를 한날한시에 잃고 공황장애를 앓아 홀로 숨어 지낸다. 가족 같은 유일한 친구 ‘수현’(무진성)은 매니저처럼 문재를 돕는다. 문재는 수현 명의의 집에서, 수현 명의의 휴대전화를 쓰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문재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의 지문 로그인이 막히고, 집이 갑자기 팔린 뒤 수현이 잠적한다. 누군가 문재의 주민번호를 바꾸고 지문도 새로 등록했다. 당황하던 문재 앞에 그와 똑같이 생긴, 일명 ‘들쥐’가 나타난다.
문재는 자신을 쫓던 사채업자 ‘노자’(설경구)와도 마주한다. 불법으로 번 돈을 문재의 저작권에 투자했던 노자는, 잠적했던 문재를 3년째 찾고 있었다. 노자에게 두들겨 맞은 문재는 들쥐가 모든 것을 가져가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노자는 돈을 받기 위해 문재와 함께 들쥐의 정체를 찾으러 나선다.

류준열은 문재와 들쥐를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류준열은 생김새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사람을 연기했다. 김홍선 감독은 “‘해리성 인격장애’ 정도가 아니라 완벽히 다른 두 사람을 표현해야 하는 게 배우 입장에선 까다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와 들쥐의 캐릭터엔 미세한 변화를 줬다. 김 감독은 “둘의 귀 모양이 조금 다르다. 들쥐의 목에는 상처도 있다. 성대까지 바꿨다는 느낌을 준 것”이라고 했다. 류준열은 “들쥐 연기 때는 흰자에 점이 살짝 들어간 렌즈를 착용했다. 가족들은 눈치를 채더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를 찍다가, 들쥐를 찍다가, 다시 문재를 찍느라 하루에 분장을 많게는 4번 정도 한 적이 있다. 그게 조금 고생스러웠다”고 말했다.
<들쥐>는 여기에 문재의 공황장애, 소설가라는 문재의 직업을 이용해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과거의 일 중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만들어낸 것인지 불분명하게 둔 것이다.

<들쥐>에서는 빚을 진 무연고자의 신분을 사고파는 일, 신분을 잃은 이들이 실종 처리되는 일도 벌어진다. 김 감독은 “극대화되긴 했지만, 등장인물들은 주변을 찾아보면 있을 법한 이들이다. <들쥐> 속 일들이 누군가에게 실제로 닥칠 수도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들쥐>가 “가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같이 사는 걸까’란 질문을 느끼고 보시면 재밌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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