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이판사판 : 창과 방패>


여러 법정 드라마에서는 대립하는 양측이 존재합니다. 원고와 피고, 또는 검사와 변호사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입니다. 최근에는 법정 안에서의 판결이든, 법 밖의 수단이든 사이다 같은 해결책을 보여주는 판결 사례들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디즈니+에서 지난 19일 공개된 예능 <이판사판 : 창과 방패>에서는 익숙지 않은 구도가 등장합니다. 전직 판사와 전직 검사가 대립하는데요, 피고의 잘못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검사와, 법리적으로 검찰의 주장이 적절하지 않다고 맞서는 판사가 열띤 토론을 펼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사이다 판결보다는 고구마 판결을 두고 무엇이 문제인지 다투는 셈이지요.
영화 <변호인> 등 독재 치하 배경의 창작물에서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답답한 판결을 내리던 판사들이 등장한 바 있습니다. <이판사판>은 ‘법리적으로 검찰이 구형한 형량이 맞지 않다’고 다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28일 2화까지 공개된 <이판사판>은 진행자인 장도연과 연예인 게스트를 사이에 두고,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설전을 벌이는 구도로 짜였습니다. 1·2화에 각자 다른 전직 판·검사들이 등장했는데, 모두 10년 넘는 경력을 가진, 방송에 자주 출연한 이들입니다. 소재가 된 사건은 2021년 벌어진 ‘화성 니코틴 남편 사망 사건’(1화)과 2019년의 ‘제주 오픈카 음주 사망 사건’(2화)입니다.
‘화성 니코틴 남편 사망 사건’은 아내가 남편에게 니코틴을 탄 음식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1·2심에서는 아내가 징역 30년을 받았으나 2023년 7월 상고심에서는 아내의 살인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듬해 2월 파기환송심에서도 결국 아내의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결됐고, 아내가 죽은 남편의 계좌에서 3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컴퓨터 등 이용 사기)만 유죄(징역 6월·집행유예 1년)로 인정됐습니다. 그해 말 대법은 이를 확정했습니다.
‘제주 오픈카 음주 사망 사건’은 음주 상태로 오픈카를 몰아 동승했던 여자친구를 사망하게 한 30대 남성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1심에서 살인 혐의는 무죄, 위험 운전 치사 혐의는 인정돼 남성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받았고 대법에서 형을 확정했습니다.

<이판사판>은 두 사건을 ‘법 감정과 괴리된 사건’으로 소개합니다. 전 검사는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의 입장에서, 전 판사는 이를 판결하는 입장에서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대체로 판사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강조하며 검사가 충분한 증거를 법정에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검사는 많은 정황 증거를 제시하며 ‘판사가 피고의 편의대로 말한다’는 주장을 취하죠. 검사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가, 판사는 압수수색을 포함한 수사권을 지녔던 검찰이 더 권한이 막강하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제주 오픈카 음주 사망 사건을 예로 들면, 남성은 오픈카 옆자리에 앉은 여자친구를 보며 “벨트 안 맸네”라고 말을 한 뒤, 시속 114㎞까지 급가속하고 끝내 사고를 냅니다. 이 과정은 여자친구의 휴대전화에 녹음돼 법정 증거로도 제출됩니다. 하지만 전 판사는 남성의 말과 사고 발생 사이 19초가 있었다는 점을 들며, 남성이 고의로 사고를 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전 검사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맞섭니다.
2화까지는 판결이 확정된 사건을 다뤘기 때문에, <이판사판>은 여러 쟁점에 대한 전 판·검사의 치열한 토론을 보여주고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깁니다. 진행자와 출연자가 둘의 열띤 공방에 기겁하는 장면도 보이고, 실제 그 공방에 날이 서 있기도 합니다.
논쟁이나 토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듯합니다. 현직은 아니지만, 판사와 검사가 전면적으로 다투는 경우는 쉽게 보이지 않던 구도이니까요. 다만 어떤 형태로든 결론은 나지 않기 때문에 ‘사이다’ 결론을 기대한다면 재미를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정된 에피소드는 총 10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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