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초반부터 독주를 하고 나섰다. 지난 6일 강원·대구·경북에 이어 7일 제주·인천 등 첫 주말 지역 순회 경선에서 박용진·강훈식 후보를 상대로 74.15%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면서다. 상대적으로 이 후보가 강세인 지역부터 시작한 측면이 있지만 사실상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을 본격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대교체론’을 앞세워 이 후보를 추격하고 나선 ‘97그룹’(90년대 학번·70년생) 박·강 후보는 초반 열세에 대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 재개도 주목된다. 이 후보가 초반 승기를 잡긴 했지만 경선 막판 벌어지는 ‘대의원·일반국민 여론조사’ 등도 남아있어 승부는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대명’으로 시작한 초반전
…최고위원 경선도 ‘친이재명’ 강세

 

민주당 전당대회의 첫 주말 지역 순회 경선 대결은 이 후보가 사실상 ‘싹쓸이’하며 마무리됐다. 1차전에서부터 ‘어대명’을 입증하며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지역 합동연설회 이후 발표된 제주와 인천 권리당원 투표 결과에서 각각 70.48%, 75.40%의 득표율로 박 후보(22.49%, 20.70%)와 강 후보(7.03%, 3.90%)를 제쳤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6일 강원·대구·경북 경선에서도 74.81%를 얻어 6~7일 합계 득표율 74.15%를 기록했다. 박 후보는 합계 득표율 20.88%, 강 후보는 4.98%였다. 두 후보들과의 격차를 50%가량 벌리며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보인 것이다.

 

이 후보를 향한 표심은 권리당원의 강력한 지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과정에서 대거 입당한 이 후보 지지 표심이 이들 지역에서 지난 대선 경선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또 첫 주말 경선 지역이 이 후보의 고향인 대구·경북과 이 후보가 지난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친정’인 인천이라는 점도 초반 압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이날 인천 경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초반이다. 권리당원(투표) 외에도 대의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결과를 낙관하지는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신중한 소회를 밝혔다. 이 후보 측은 초반부터 어대명 분위기를 잡은 만큼 끝까지 같은 분위기로 끌고 가서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굳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최고위원 경선도 친이재명계 후보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친이재명계 후보로 분류되는 정청래 후보가 6~7일 합계 득표율 28.40%로 1위에 올랐다. 비이재명계 후보인 고민정 후보는 22.24%로 뒤를 쫓았다. 친이재명계인 박찬대 후보(12.93%), 장경태 후보(10.92%), 서영교 후보(8.97%)가 각각 3~5위를 기록했다. 5명까지 최고위원이 되는 이번 경선에서 현재까지 고 후보를 제외하면 4명의 친이재명계 후보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비이재명계인 윤영찬(7.71%), 고영인(4.67%), 송갑석(4.16%) 후보가 뒤를 이었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둘째 날인 7일 제주시 난타호텔에서 열린 제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밀리는 97그룹, 단일화가 ‘추격 발판’ 카드 될까

 

97그룹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초반부터 초라한 성적표에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에 맞서서 이 후보를 견제·비판하거나 이 후보와 정책·비전 경쟁을 해보겠다고 나섰지만 이렇다할 만한 성과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비이재명계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반이재명’ 노선을 보이는 박 후보나 비전경쟁을 하겠다는 강 후보 모두 어대명을 견제하는 데만 주력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오히려 자기 목소리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비이재명계 사이에선 사실상 수면 아래 잠들어있던 ‘97그룹 후보 단일화’ 논의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로선 두 후보를 합친 득표율도 이 후보에게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두 후보가 힘을 합해 이 후보와 대결해야 그나마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다만 단일화를 바라보는 두 후보의 시각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박 후보는 6일 “(강 후보의 대답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단일화를 향한 당원과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 후보를 압박했다. 강 후보는 “단일화가 본질은 아닌 것 같다. 저희가 더 많은 득표를 해야지 나머지도 가능해 질 문제”라고만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두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만이 아니라 향후 차기 대선 등 정치 행보를 고려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단일화 없이 그대로 완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둘째 날인 7일 제주시 난타호텔에서 열린 제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박용진 당 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년만에 ‘컨택트 전당대회’…후보들은 ‘혁신·통합’ 외쳤지만 ‘야유·고성·막말’ 분출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당원·지지자 참석 없이 치러졌던 지역 순회 연설회도 이번 8·28 전당대회에서 재개됐다. 2018년 8·26 전당대회 이후 4년 만이다. 하지만 지지자들 간 야유·고성·막말 등도 함께 부활했다.

 

6일 강원 순회 연설회에서는 박 후보를 향해 객석에서 고성과 막말이 터져나왔다. 박 후보가 이 후보의 지난 6·1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셀프공천으로 민주당 동지들이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고 비판하자 일부 이 후보 측 당원·지지자들이 “그만해!” “내려와!”라고 고함을 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박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많은 당원들이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상황이 과열되자 사회자가 “야유와 고성을 자제해달라”고 말렸다.

 

같은 날 대구와 7일 제주 등에선 아예 연설회 시작 전부터 “야유와 고성은 지양이 아니라 금지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재개된 지역 순회 연설회였지만 친이재명·비이재명계 당원·지지자들의 야유·고성·막말이 나오면서 민주당의 혁신·통합 목소리가 무색해졌다는 자평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정권 재탈환을 위해 당심과 민심의 괴리 등이 과제인 상황인데, 당내 (팬덤)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둘째 날인 7일 제주시 난타호텔에서 열린 제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강훈식 당 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대구·인천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