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혁신센터에서 로봇 텐궁이 걷고 있다. 서울시 제공

 

키 163㎝, 몸무게 43㎏. 팔을 앞뒤로 저으며 두 다리로 걷고 시속 6㎞로도 달리는 그는 사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혁신센터에서 만난 휴머노이드 ‘톈궁’은 중국 최초의 사람 크기 로봇이다. 텐궁은 오르막 경사로와 내리막 계단을 걷다가 뛰기도 했다.

전자 피부에 여러 센서가 들어있어 장애물을 감지하고 활동을 제어하거나 5㎏ 물건까지 집어들 수 있는 로봇팔, 사람의 얼굴을 85%까지 모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얼굴, 로봇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전자 관절 등이 톈궁을 구성한다.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혁신센터는 지난해 11월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 로봇혁신산업파크에 문을 열었다. 베이징 경제정보화국의 주관으로 유비텍·샤오미 등 유명기업들이 공동투자했다. 로봇혁신산업파크가 있는 이좡 지역에는 혁신센터 외에도 100여 개 로봇 기업이 입주해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혁신센터에서 로봇이 사과를 집어들고 있다. 서울시 제공

 

웨이자싱 혁신센터 브랜드 공보책임자는 사과를 손으로 집어서 옮기는 로봇을 가리키며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알아들어 ‘목이 마르다’는 음성에 냉장고를 열고 생수를 꺼내 뚜껑을 열고 전달하는 임무까지도 앞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센터는 사람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올해 말부터는 공장에서 가동할 수 있게끔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자동차 등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주변 작업을 하는 로봇은 지금도 쓰이고 있지만, 물류를 분류하고 상하차하는 인간 형태의 로봇을 도입한다는 게 센터의 목표다. 이를 염두에 둔 가상 지형에서의 시뮬레이션 훈련도 진행되고 있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로봇 시연 모습을 보며 때로는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로봇서비스 대중화를 통한 글로벌 로봇도시 도약을 목표로 지난해 7월 ‘로봇산업 육성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로봇 기술 개발, 실증 지원, 로봇인공지능과학관 개관 등을 추진 중으로, 로봇기업과 지원시설이 집적된 ‘수서 로봇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량위한 혁신센터 브랜드 공보전문위원은 “가상 환경에서의 10시간 훈련은 현실 세계에서 100일간 훈련하는 효과와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중관촌 창업거리 전시관에서 창업사 및 협력사들의 제품이 전시돼 있다. 베이징 ❘ 윤승민 기자

 

이런 중국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가 차원에서 기술기업들의 창업을 지원한 영향도 크다. 이날 찾은 베이징 하이뎬구의 중관촌 창업거리는 그 산파 역할을 했다. 창업거리는 2014년 조성됐는데, 바이두, 레노버,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의 대표적 글로벌기업 다수가 여기서 탄생했다. 현재는 창업지원서비스 기관이 50여곳 입주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3000여개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 프로그램은 인근의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의 인재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전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국내·외 대기업의 네트워킹도 돕는다. 해외기업의 유치, 해외 인재의 중국 거주를 위한 행정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단체인 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센터)도 2016년 이곳에 설립돼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은 대학의 방학 기간이라 많은 창업 인재들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시관에는 스타트업과 협력사들이 개발한 제품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었다.

김종문 KIC중국센터장은 “중국이 거대기업의 독점으로 발전할 것 같지만 유니콘 기업이 굉장히 많다. 서울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도록 독려해달라”며 “미국도 자국 내 상위 10위 기업 대부분이 중국 시장에 들어와 있다. 한국 기업도 중국의 자본·시장뿐 아니라 산업 인프라에 주목해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베이징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