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중국 충칭 홍야동 앞에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충칭 ❘ 윤승민 기자

 

중국 충칭은 베이징, 상하이, 톈진과 함께 중국 4대 직할시다. 유일하게 서쪽 내륙 도시로 중국에서 가장 긴 장강이 흐르고 주위를 산이 둘러싸 요새 역할을 했다.

3000년이 넘는 역사를 보면 청나라 때는 주변 지역에서 이민자들이 찾았다. 20세기에는 일제의 폭격에 도시가 훼손되는 비운을 겪었으나 1997년 직할시 승격 이후 경제 발전을 이뤘다. 지금은 오랜 역사를 관광 콘텐츠로 만들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중국 충칭 18제 전통풍모지구 북측 초입의 모습. 충칭 ❘ 윤승민 기자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찾은 충칭시 18제(계단)전통풍모지구는 역사적 장소를 현대식으로 개발해 관광지로 만든 장소다. 18제는 충칭의 도심 한 가운데인 위중구에 자리 잡고 있다. 위중구는 장강과 그 지류인 자링강이 둘러싼 곳이다.

충칭(重慶)은 ‘경사가 중첩됐다’는 도시의 이름처럼 강가 주변을 언덕과 낭떠러지가 둘러싼 형태로 건물이나 도로 등 기반시설이 언덕을 깎아 지어졌다. 18제는 강 주변 언덕 지형에 계단과 함께 형성된 곳이다.

18제는 명·청나라 시기 교역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모였지만 19세기 말 도로개통, 20세기 중일전쟁으로 파손되고 쇠퇴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도 이 지역은 낙후된 주거지역이었다. 서울 도심 판자촌처럼 좁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여름철엔 더위를 피하려는 주민들이 길가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2007년 개발되기 전의 중국 충칭 18제 전통풍모지구의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충칭시는 2017년 5월부터 이 지역 약 5만9000㎡를 개발했다. 2021년 9월 대부분 지역을 완공한 1기 공사가 끝났다. 도로와 보존 가치가 높은 몇 건물은 옛 모습을 유지했고 나머지 건물은 새로 형성됐다. 한가운데에는 우물이 있는데 상인들을 중심으로 물건이 오가던 이곳에서 물만큼은 귀했다고 한다. 개발과 함께 새로 건설된 우물은 이제 식수원이 아니라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이곳에는 지역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과 전통 공예품 외에 다양한 공예품·기념품을 판매하는 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상품을 구매할만한 작은 상점들이 밀집했을 뿐 아니라 카페와 찻집 등도 함께 조성됐다. 일부 골목에는 에스컬레이터도 들어섰다. 이날은 오전이라 관광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각종 기념품 상점에는 관광객의 눈길을 끌만 한 볼거리가 진열돼 있었다.

이어 들른 호광회관은 ‘이민 도시’ 충칭의 역사를 담고 있다. 호북(허베이)·호남(허난)·광동(광둥)·광서(광시) 지역에서 충칭으로 이주한 이들과 후손들이 물건을 팔고 친교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보존돼 중국 후이저우 건축양식과 강남지역 조경특징이 조화돼 있다.

주민들이 행운을 기원하며 부적을 부착했던 나무, 예술단을 불러서 공연하게끔 하고 연회를 진행했던 저택 등이 눈에 띄었다. 중간중간 지역 주민들의 당대 생활양식이 인형으로 전시됐고, 한쪽의 ‘이민박물관’에는 청나라 당시의 이민정책을 볼 수 있다. 수백만 원대 고가 공예품 전시관도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중국 충칭 홍야동 주변에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충칭 ❘ 윤승민 기자

 

과거 역사를 보존하고 관광지로 개발한 충칭의 노력은 야경 명소로 꼽히는 홍야동에서도 볼 수 있다. 홍야동은 강가 절벽 군사 요새를 소수민족인 묘족 전통가옥 형태로 재조성한 것이다. 지금은 골동품점, 음식점 등 다양한 상점이 들어서 있다.

이날 밤에 들른 홍야동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홍야동 앞에 충칭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이 여럿 밀집돼 있기도 하지만 건물 주변을 둘러싼 조명이 밤에 밝게 빛나 이를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홍야동을 찍은 사진들이 퍼지면서 충칭 외의 지역에서도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이날 현장에도 단순히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뿐 아니라 SNS에 올릴 짧은 영상을 찍으려 조명까지 준비한 인플루언서들의 모습도 여럿 보였다. 태블릿 PC를 들고 돌아다니며 유료로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유람선을 탄 뒤 대형 건물이 비추는 영상들도 눈에 띄었지만, 전통의 건축양식에 밝은 조명을 결합한 홍야동만큼 사람들이 모인 곳은 없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중국 충칭 자링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홍야동의 모습. 충칭 ❘ 윤승민 기자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