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해수부 “한진에 잔인한 장면 될 것 같아서”…뒤바뀐 처지 감안
31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중회의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해운·항만 대응반 비상대책 회의’에서 회의 참석자의 명패가 치워지고 명패의 주인이 자리에서 밀려나는 일이 벌어졌다.
명패에 쓰인 글씨는 ‘현대상선’. 이날 회의는 주요 항만공사와 선주협회 등 해운·항만 관계기관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명패가 치워지는 장면은 현장에 있던 연합뉴스 기자의 카메라(사진)에 담겼다.
명패는 왜 사라졌을까. 해수부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잔인한 장면이 될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 현대상선이 빠진 것은 아니었다. 명패가 치워졌을 때 현대상선 관계자는 메인 테이블에서 잠시 비켜나 뒤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고 한다. 이때는 회의 시작 전 윤학배 해수부 차관의 모두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던 때였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후 현대상선 관계자는 다시 자리에 앉아 회의에 참석했다.
해수부 관계자가 ‘잔인한 장면’이라고 말한 것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뒤바뀐 처지와 관계가 있다. 둘은 양대 국적선사였지만 규모는 한진해운이 1위, 현대상선이 2위다. 얼마 전까지 현대상선도 해운업계의 불황으로 상당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합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신청의 나락으로 빠졌고, 알짜 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회의 당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하긴 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법원에 신청서를 낸 상황은 아니었다”며 “(업계 1위) 한진해운의 운명을 논하는 자리에 (업계 2위) 현대상선이 들어와 앉아 있는 모습을 외부에 보이는 게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나 모두 중요하다”며 “현대상선 측에도 사정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회의 후 윤학배 차관은 브리핑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을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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