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선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 못 돌려”
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올드 보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대사면’(복당 허용)을 받은 옛 국민의당 출신 정치인들이 호남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부정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특별사면된 정치인들도 명예회복을 이유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의 출마는 세대교체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고문(81)은 3일 내년 4월 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5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박 고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저는 출마합니다. 제 고향 해남·완도·진도로 간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완도·진도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며 단식투쟁과 삭발에 나섰던 윤재갑 의원(초선)의 지역구다.
노무현 정부 법무부 장관 출신인 천정배 전 의원(69)은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서 7선에 도전한다. 천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광주에서 다선 의원으로 뽑을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밝혔다. 천 전 의원은 “민주당 혁신이나 쇄신이 제 전공과목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 손학규 민주당 대표 체제와 2017년 국민의당에서 각각 당 혁신기구 수장을 맡은 바 있다.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70)은 지난달 7일 CBS 라디오에서 “민심이 부른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며 총선 출마 여지를 열어뒀다. 정 고문은 이날 통화에서 “고향 섬진강 변에서 쉬고 있다”면서 “어떻게든 이 정권을 빨리 끝내야 한다. 민주당이 잘해야 정권 교체가 될 것 아닌가. 한반도 문제 관련해서 식민지 때 독립운동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이 전북 전주병에서 5선에 도전하면 김성주 의원(재선)과 세 번째 대결이 된다.
귀환을 꿈꾸는 세 사람은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 당시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대통합을 위해 추진한 ‘대사면’으로 민주당에 복당했다. 대사면 기간에 입당한 정치인들은 탈당 이력자들이 받는 공천 심사 감점을 받지 않는다.
뇌물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각각 피선거권을 회복한 신계륜 전 의원(69)과 전병헌 전 의원(65)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민주당 복당을 최종 허용받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당시 “사면됐기 때문에 형 자체가 없던 것이 됐다”며 “당원 자격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신 전 의원은 기동민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에서 5선에 도전한다. 신 전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출마하라고 나를 복권해준 것으로 해석한다”며 “여러 억울한 사연이 밝혀지기도 했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함께해준 지지자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해서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전 전 의원은 김병기 민주당 의원(재선)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에서 4선에 도전한다. 전 전 의원은 통화에서 “제가 윤석열과 한동훈 검찰한테 억울하게 정치적 수사를 받았는데,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가장 정통성 있는 정당인의 한 사람으로서 동작구민에게 제대로 평가받아서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의 새로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 고문 등은 모두 막강한 경륜과 정치력을 보유한 인물들이다. 다만 올드 보이들의 귀환은 세대교체와 도덕성 회복을 요구받는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올드 보이들을 공천하면 86세대 리더십 퇴출 분위기가 흐려지고 세대교체 요구가 물타기 되고 당은 총선에서 필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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