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지 닷새째인 29일 여야는 사의 표명의 적절성을 두고 언쟁을 이어갔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이상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사퇴 공방에 시선이 쏠리면서 선출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부동산 비위에 대한 질문들은 상대적으로 가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날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같은 당 인사들이 독려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말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윤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부동산 거래 의혹 대상자 발표 다음날인 25일 사의를 밝힌 뒤 등장한 이례적 풍경이다.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논란의 핵심은 ‘(의원직) 사퇴 여부’가 아니라 ‘부동산 불법 투기 의혹’”이라면서 “윤 의원은 자신의 의원식 사퇴 발표가 희화화되는 것이 싫다면, 탈당을 먼저 하고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정치 행보를 결정하라”고 밝혔다. 권익위 조사에서 모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져 지난 6월 민주당에서 제명당한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 모친의 의혹에 윤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은 연좌제를 적용해 저를 맹비난했다”면서 “의혹을 해명하라는데 난데없이 의원직 사퇴를 들고 나오니 이상하다”고 썼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윤 의원의 사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JTBC 인터뷰에서 “(윤 의원이) 수사 중에 국회의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불합리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윤 의원 생각에 맞춰서 가는 게 옳지 않겠나”라며 국회가 윤 의원 사직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전날 SNS에 글을 올려 “국회 본회의를 열어 사퇴를 받아 주고 자연인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특수본(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투기여부 수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맞다”면서 “더 이상 이것(사의표명)을 미화해서도, 비난해서도 안된다. 그것이 바로 진영 논리”라고 했다.
윤 의원의 사퇴가 현실화하려면 전체 의석(300석) 중 171석을 가진 민주당의 찬성이 필수적이다. 국회법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의원 사직안을 표결로 처리하도록 하는데, 재적 의원의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민주당이 “사퇴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사퇴안 처리에 부정적이어서 안건이 상정돼도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같은 ‘처리 불가’ 방침에는 윤 의원 사퇴안을 통과시킬 경우 권익위가 부동산 의혹 대상자로 지목한 여당 의원들과 직접 비교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의원이 지난 27일 자신의 관여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수사기관에서) 무혐의가 나오면 사퇴하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사퇴 논쟁’의 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사퇴 논쟁이 과열되면서 재발방지 등을 위해 필요한 질문들은 잊혀지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과 그 가족을 둘러싼 부동산 관련 의혹이 왜 계속 반복되는지, 여야의 이후 대응은 적절했는지, 국회의 제도개선 논의는 이뤄지고 있는지 등의 질문이다. 권익위는 지난 24일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를 밝히면서 국회의원 및 그 가족의 부동산 보유·매수 적법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만들고, 부동산 개발 관련 국회 안건심의에서 이해충돌을 방지할 세부기준과 절차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유정인·윤승민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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