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2년차임에도 올 시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오던 KT 우완 김민(20)은 지난 21일 수원 키움전에서 ‘깜짝 외도’를 했다. KT가 우완 이정현을 이날 선발로 내고, 김민을 구원투수로 기용하면서다. 이강철 KT 감독은 “개막 후 많은 이닝을 던졌고, 최근 승리가 없었다”며 “한 경기 불펜으로 나와 승리를 거둔다면 선수의 분위기도 전환될 것”이라며 김민을 깜짝 기용하기 앞서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의 일회성 불펜 등판은 사전에 예고된 것이었지만, 투구 이닝은 예상보다 길었다. 김민은 KT가 0-3으로 뒤진 4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라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5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의 임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KT의 1-8 패배로 끝났다. 이강철 감독이 내심 바랐던 ‘구원승을 통한 기분전환’은 아쉽게 불발됐다. 그러나 지난 24일 잠실에서 만난 김민은 “많은 것을 시도해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던 등판이었다”라고 돌아봤다.
김민은 “사실 이날 4이닝을 던질 줄은 몰랐다. 2이닝 정도 투구한다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다”면서 “그래서 첫 두 이닝에 전력을 다해 투구했는데, 이후 2이닝을 더 던졌음에도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김민은 지난해 중반 1군 무대에 오른 뒤 프로에서 앞선 31경기에 모두 선발로만 등판했다. 어린 투수의 머릿속에는 ‘완급조절’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었는데, 불펜 등판을 통해 ‘초반 전력투구’가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다.
깨달은 것은 더 있었다. 김민은 “평소 주자가 누상에 있을 때 셋포지션 투구가 느리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주자를 묶는 연습, 셋포지션 때 빨리 투구하는 연습도 했다”면서 “이것 저것 시험을 해봤는데,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루뿐이었지만, 김민은 불펜에서의 실험을 통해 나름의 남은 시즌 구상을 짰다. 김민은 “이닝을 오래 끌고가서 불펜들을 편하게 하는 것만큼이나, 내가 초반부터 잘 던져 1, 2회 실점을 최소화하고 5회 이전에 팀이 승기를 잡을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오긴 했지만 규정이닝을 채운 24명의 투수들 중 1~3회 피OPS가 0.825로 가장 높다. 초반에 잘 풀리면 7이닝 이상도 버텨내지만 그렇지 않고 무너질 때가 많았는데 이를 보완할 실마리를 잡았다.
그러면서 김민은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져야 이닝을 일찍 끝내고 저도 더 오래 투구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스트라이크를 꽂는 데 더 신경쓰고 싶다”고 말했다. 5회 이전의 전력 투구를 염두에 두면서도 선발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의무도 잊지 않았다. 김민은 그러면서 “부상당하지 않고 시즌을 치른 것으로 일단 목표한 바를 어느정도 이뤘지만, 팀의 5강 싸움에 더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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