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한지 일주일.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미흡한 시설에 당황하곤 했다. 경기 취재 후 마감 작업을 해야 할 경기장 내 미디어센터에는 콘센트가 없는 곳이 있었고, 많은 기자들이 몰리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는 개막 후에도 랜선을 바닥에 까는 공사가 벌어졌다. MPC와 숙소,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 타는 시간은 자주 바뀌었다.
불만과 아쉬움이 생길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마음이 누그러질 때가 많았다. 경기장 주변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대개 친절했다. 서로 짧은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은 원활치는 않았지만 자신이 잘 모르는 문의사항은 책임자를 찾아가 직접 알려주곤 했다. 정보전달이 늦어질 때도 있었지만 ‘너무 급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참을 수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문제가 해결됐다. 미디어센터에서는 금방 콘센트를 가져다주었고, 셔틀버스가 없으면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금방 구하기도 했다.
팔렘방에서는 많은 경기장을 들러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카누 드래곤보트(용선) 단일팀의 첫 경기가 있던 지난 25일.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카누·조정 경기장의 시설도 취재가 편하지만은 않았다. 경기장 내부 미디어센터에는 노트북을 충전할 콘센트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경기를 보면서 기사를 쓸 수 있게끔 해놓은 외부 트리뷴에는 콘센트가 비치돼 있었지만, 의자가 없었다.
여기에 당황스러운 일이 더해졌다. 시상대에서 현지 관계자와 한국의 사진기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붙은 것. 관계자와 기자들의 실랑이가 흔치 않은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경찰까지 등장했다.
시상대 위에 선 단일팀 선수들의 얼굴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자리를 잡자, 카누·조정 경기장 담당자가 와 다른 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제지했다. 한국 기자들은 “이 곳이 아니면 선수들의 뒷통수 밖에 찍을 수 없다”며 “자카르타에 있을 때도 이 정도의 취재 편의 요청은 받아들여줬다”고 설명했다.
자카르타뿐 아니라 여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도 경기장의 질서를 해치치 않는 선에서 취재가 정리된다. 실제 사진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 곳이 사람들의 동선을 방해하거나 질서를 흐트러뜨리지는 않았다. 무리한 요구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자 이어지는 관계자의 말 “팔렘방에서는 팔렘방의 법을 따라야지.”
관계자는 그 사이 경찰관을 불렀다. 그러나 현장을 취재하던 또다른 외신 기자가 상황을 설명해줬고, 경찰관도 금방 상황을 이해하고 사진 취재를 막지 않았다. 잠시간의 소동에서 느낀 황당한 마음보다, 대회가 반환점을 지나는 동안에도 미숙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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