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는 가장 높은 곳에 걸리지 않았다. 아리랑 반주는 울려퍼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카누 드래곤보트(용선) 남북 단일팀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단일팀은 25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카누·조정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드래곤보트 여자 200m 결선에서 56초851의 기록으로 3위로 골인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 강호인 중국(56초161)과 개최국 인도네시아(56초817)에게 각각 금·은메달을 내줬지만, 단거리보다 장거리에 중점을 두고 훈련해오던 단일팀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다. 남북 단일팀이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에서 딴 첫 메달이기도 하다.
시상식이 진행되자 엔트리에 포함됐던 남측 8명, 북측 8명의 선수는 손을 맞잡은 채 번쩍 들며 시상대에 올라 동메달을 받았다. 목에 건 메달과 함께 받은 대회 마스코트 인형을 힘차게 흔들며 기뻐하다가도,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혹은 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금메달을 딴 중국의 국가가 울려퍼지긴 했지만, 게양대 한 쪽에 흰 바탕에 푸른 한반도를 그린 단일팀의 한반도기가 함께 오르자 선수단의 감격은 배가 된 듯 했다.
시상식 행사를 마치자 선수단을 한데 모여 기념 촬영을 했다. 동메달을 들어보이다가도 선수들의 운동복 왼쪽 가슴에 박힌 한반도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켜보이기도 했다. 어디선가 아리랑을 주문하자, 단일팀 경기에 국가 대신 쓰일 아리랑을 선수단과 임원 너나할것 없이 함께 불렀다.
경기를 마친 뒤 여자팀 최고참 김현희(26·부여군청)는 울컥한 듯 눈에 맺혔던 눈물을 이내 닦은 뒤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던 단일팀이 힘겹게, 어렵게 모여 열심히 훈련했다. 동메달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주종목인 500m에서 내일 (금메달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측 선수 도명숙(24)은 “서로가 마음과 뜻을 합쳐서 우리 민족의 슬기와 용맹을 남김없이 떨쳤다고 생각한다”며 “내일 500m 경기도 보다 잘할 것”이라고 했다. 남녀 단일팀 선수들은 2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500m에서 단일팀의 종합대회 첫 금메달에 재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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