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 올림픽·아시안게임은 없을 줄 알았어요. 가족을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네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 어셈블리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97㎏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조효철(32·부천시청)의 힘이 된 건 가족이었다. 조효철은 “딸에게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그저 선수생활을 한 아버지가 아니라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딴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조효철은 2011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국가대표로 큰 족적을 남겼던 선수는 아니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이 열릴 때마다 고배를 마셨던 탓이었다. 서른둘의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찾아온 아시안게임 참가 기회가 조효철 스스로에게도 ‘마지막 대회’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와 딸 등 가족들을 경기장에 불렀다.
가족 덕에 금메달도 품에 안았다. 8강전 경기 도중 왼쪽 눈 윗부분이 찢어졌지만 부상 정도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결승까지 치렀다. 결승전에서도 고비가 찾아왔다. 조효철은 “결승전 마지막에 포기하고 싶었다. 마지막 1분이 한 시간처럼 길었다”면서도 “가족 생각에 포기가 잘 안되더라.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던 것 같다”고 했다. 중국의 샤오디를 상대로 1-4로 뒤지던 조효철은 4점짜리 메치기 기술로 역전에 성공했다. 조효철은 “기술도 못써보고 지면 후회가 될 것 같아서, 되든 안되든 상관없이 한 번 쓴 기술이 잘 넘어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두살 된 딸 서윤이를 가리켜 “저를 닮지 않아 귀엽다”며 빙긋 웃은 조효철은 “더운 여름, 묵묵히 훈련하며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선수단 사이에서도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국제 대회에서 외국 중량급 선수를 상대하기가 힘들다. 오히려 기대를 받지 못해 오기가 생겼다”며 “그럴 수록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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