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메타버스 캠프 입주식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내정에서 비롯된 논란이 일주일 만에 황씨의 자진사퇴로 일단락됐다.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이재명 경기지사뿐 아니라 이낙연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까지 황씨의 거센 발언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사그라드는 듯했던 ‘황교익 리스크’가 이 지사의 ‘이천 쿠팡 화재 먹방’ 논란으로 다시 불붙으면서 이 지사의 고심은 더 커지게 됐다.

황씨는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모적 논쟁을 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내놓겠다”고 글을 올렸다.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난 13일로부터 일주일 만이다. 이재명 지사는 SNS에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 죄송하고 안타깝다”면서도 “많은 분들의 의견을 존중해 사퇴의사를 수용한다”고 황씨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황씨의 인사 및 막말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 지사는 ‘황교익 리스크’로 큰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은 인사’ 의혹을 받은 황씨가 자신을 ‘친일’로 비판한 이낙연 캠프를 향해 “이낙연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 등 거센 발언으로 대응하자 임명권자인 이 지사에게 인사 책임론이 일었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황씨가 대중적인 인사인 만큼 정치 무관심층도 황교익 논란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기류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 이 지사는 황씨 인사에 대해서는 자진 사퇴 발표 전까지 말을 아껴 ‘사이다’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이 지사의 인사 스타일이 도마 위에 올라 본선 기간 공격 소재가 되리란 우려도 생겼다. 경쟁 주자들은 이 지사의 인사 전반으로 논란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황교익씨 인사 파동은 이재명식 인사 철학을 보여주는 예고편”이라며 “진영의 정치 이익을 우선하는 인사행태가 반복된다면 실패한 정권의 전철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황씨를 ‘친일 인사’로 규정한 캠프 인사들의 발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그 일(황씨 인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당내 경선 네거티브 논란을 확전시킨 책임자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역시 이해찬 전 대표가 나서기 전까지 황씨의 발언과 거기서 비롯된 네거티브 공방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정책 선거’를 진행하지 못하며 수권 정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판을 흔들던 황씨 논란은 가까스로 정리되는 듯했으나 새로운 뇌관이 떠올랐다. 이 지사가 경기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지난 6월17일 경남 창원에서 황씨와 유튜브 ‘먹방’ 촬영을 했던 사실이 전날 밤 알려진 것이 ‘먹방 논란’으로 불붙었다. 당시 화재가 오전 5시36분부터 발생했고 김동식 구조대장이 현장에 고립된 동안에도 이 지사는 오후 황씨와 떡볶이를 먹는 유튜브 영상을 촬영한 뒤 다음날 오전 1시32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약 20시간 만이다.

경기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지사는 화재 전날인 6월16일 밤에 다음날 일정을 위해 이미 경남 창원으로 이동했고, 화재 당일 오전 8시19분 ‘대응1단계 해제’ 보고를 받은 뒤 오전 11시 경남과의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후에도 행정1부지사를 화재 현장에 파견해 화재진압 상황을 살펴보도록 했다”면서 “사전에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화재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행정지원 조치사항을 꼼꼼히 챙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재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화재 상황 대응보다 친한 인사와의 유튜브 촬영이 우선순위였냐며 비판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라고 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백번을 되짚어도 명백한 사실은 이 지사가 지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캠프 이기인 대변인은 “화마와 사투를 벌인 순직 소방관보다 자신과 가까운 유튜버가 중요했냐”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규모 화재에 소방대장이 실종됐는데 떡볶이가 목에 넘어가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 고양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논란을 세월호 참사에 빗댄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 현장에 안간 것이 아니라 지휘를 안한 것이 문제였다. 저는 실시간으로 지휘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저는 (화재 당시) 마산과 창원에 가 있기는 했지만, 실시간으로 다 보고받고 파악도 하고 있었고, 그에 맞게 지휘도 했다. 다음날 일정을 취소하고 네 시간 넘게 저녁도 먹지 않고 달려 현장에 갔다”면서 “이걸 갖고 빨리 안 갔다고 얘기하면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