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에 4번타자가 타석에 섰다. 공격하는 팀은 다득점의 꿈에 부푼다. 수비하는 팀, 특히 마운드에 홀로 선 투수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중압감을 이겨내고 실점을 최소화한다면 상황은 뒤바뀐다. 공격하던 팀은 금세 쫓기는 위치에 선다. 만루찬스에서 4번타자가 점수를 올리지 못했던 순간이, 경기를 마칠 때까지 머릿 속에 남는다.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SK의 경기는, 만루 위기에서 4번 타자를 어떻게 막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1회말 무사 만루에서 상대 4번타자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실점을 막은 넥센이, 8회초 1사 만루에서 4번타자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4-3 역전승을 거뒀다.
먼저 찬스를 잡은 것은 SK였다. 1회말부터 볼넷 두개와 안타 하나를 묶어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이어 타석엔 4번 이재원. 최정의 부상으로 4번 자리에 들어찬 이재원은, 그러나 아쉽게 승부를 마쳤다. 넥센 선발 신재영의 초구를 건드려 투수 땅볼을 만들었다. 송구가 포수와 1루수로 이어지며 병살타가 됐다. 5번 최항도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 무득점.
그럼에도 SK의 승리는 어렵지 않은 듯 했다. SK 마운드에는 ‘에이스’ 김광현이 서 있었다. 넥센은 김재현이 3회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고 4회초에도 한 점을 추가했지만, 그 이후에는 김광현을 상대로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광현은 7이닝 동안 단 한개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은 채 시즌 최다인 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넥센 타선이 2점밖에 뽑지 못하는 동안 SK는 4회말 이재원의 솔로 홈런과 정진기-나주환의 연속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5회말 노수광의 역전 솔로 홈런이 터져 3-2로 앞섰다.
그러나 넥센은 김광현이 마운드에 내려오자 마자 전세를 뒤집었다. 8회초 SK의 바뀐 투수 윤희상을 상대로 넥센 선두 김혜성과 대타 송성문이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이어 이정후의 중전 적시타가 터지며 3-3 동점이 됐다. 보내기 번트와 이택근의 사구(死球)로 이어진 1사 만루에서 4번 박병호가 타석에 섰다. SK의 바뀐 투수 정영일은 박병호를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까지 승부를 이어갔지만, 결국 볼넷을 내줬다. 4-3 역전. 후반기 홈런 페이스를 한껏 끌어올린 박병호의 위압감이 상대를 압도했다.
SK는 9회말 선두타자 김강민이 볼넷을 얻어나간 뒤 2사 3루를 만들었다. 역전홈런의 주인공 노수광이 넥센 마무리 김상수를 상대로 우익수 쪽 높이 뜬 타구를 날려 홈팬들을 마지막까지 기대케 했다. 그러나 넥센 우익수 이정후가 워닝트랙까지 달려가 타구를 잡아내 경기를 끝냈다. 넥센은 1승1패로 맞선 3차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내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김광현은 시즌 최다 투구수(102개)와 최다 탈삼진(8개)을 기록했지만 팀이 패해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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