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8년 만에 첫 정규앨범 ‘원’ 발매

‘춘향가’ 바탕 총 7곡 수록

장르에 갇히지 않으면서 전통음악 멋 살려

첫 정규 앨범 <원>을 발매한 ‘조선팝의 창시자’ 서도밴드. 왼쪽부터 정현빈(드럼), 연태희(기타), 서도(보컬), 김태주(베이스), 김성현(키보드). 강윤중 선임기자

 

“저희의 음악은 국악이 아니라고 늘 말씀드려요. 국악은 계승·보존하는 것이라면, ‘조선팝’은 시대상을 따라 변주하고 발전된, 전통음악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죠.”

5인조 서도밴드에게는 ‘조선팝의 창시자’라는 별명과 함께 퓨전국악 밴드라는 소개가 따라 붙는다. 중학교 때까지 판소리를 전공한 밴드의 프론트퍼슨 서도의 이력, 전통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서도의 독특한 발성, 2021년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 JTBC <풍류대장> 우승 등이 ‘서도밴드’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첫 정규 앨범인 1집 <원> 발매를 맞아 지난 3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서도밴드는 국악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조선팝의 매력을 알리겠다는 포부가 넘쳤다. 서도는 “(국악을)전공했던 사람으로서, 그 길을 존중한다. 깊이가 다르다”며 “저희는 다른 발전의 길을 가며, 현시대의 음악을 한다. 어떻게 하면 전통음악의 멋을 잘 살려볼 수 있을까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서도밴드는 보컬(서도), 기타(연태희), 베이스(김태주), 드럼(정현빈), 키보드(김성현)로 구성됐다. 2018년 결성 이래 전통음악에 뿌리를 둔 조선팝을 선보여 왔다. 특이하게 밴드의 구성에는 전통악기가 없다. 그들의 음악을 무심코 들으면 전통음악을 떠올리기 어려울 때도 있다. 김성현은 “전통음악의 5음계를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정해두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걸 규정해버리면 닫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첫 정규 앨범 <원>을 발매한 ‘조선팝의 창시자’ 서도밴드. 왼쪽부터 정현빈(드럼), 연태희(기타), 서도(보컬), 김태주(베이스), 김성현(키보드). 강윤중 선임기자

 

동아방송대 동문인 서도밴드는 2018년 창작 국악 경연대회인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 출전을 위해 서도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국립전통예술중학교를 졸업한 서도를 포함해 모두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 판소리와 피아노, 작곡을 함께 배웠던 서도는 스스로를 “전통을 계승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전통음악계에서는 거의 돌연변이”라고 했다.

김태주는 “서도의 학교 졸업 공연을 보며 ‘멋있는 음악을 하는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퓨전국악’이란 생각도 못했다”며 “‘전통음악으로 뭔가를 해보자’는 건 아니다. 서도가 해 온 음악을 바탕으로 좋은 음악을 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는 거의 매년 단독 공연을 열었고, EP 2장과 싱글 2장을 냈다. 올해 3·1절 기념식 등 크고 작은 행사에도 섰다. 그러나 정규 앨범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발매된 앨범 <원>에는 판소리 <춘향가>를 바탕으로 만든 곡들을 포함해 총 7곡이 수록됐다. 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나 헤어지고, 재회하는 일련의 과정이 각각의 곡에 담겼다. 춘향가에는 없지만 상상을 더해 팝 곡조를 얹은 ‘언제까지’ 같은 곡도 있다.

서도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춘향가>는 가장 작품적 완성도가 높고, 우리 삶에 맞닿은 이야기”라며 “밴드가 활동했던 시간, 음악적인 역량 등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태주는 “밴드가 처음 활동하고, 오래 활동했던 곡들이 대부분 춘향가에서 비롯됐다”며 “그동안은 너무 잘하고 싶어서 뭔가를 계속 집어넣기만 했는데, 이번엔 오히려 덜어내면서, 경험이 잘 녹아들어서 좋은 곡이 잘 나왔다”고 말했다.

첫 정규 앨범 <원>을 발매한 ‘조선팝의 창시자’ 서도밴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현빈(드럼), 연태희(기타), 김성현(키보드), 서도(보컬), 김태주(베이스). 강윤중 선임기자

 

앨범명 <원>은 원함(願)과 원망(怨), 동그라미(圓)를 뜻하는 세가지 ‘원’을 모두 포괄한다. 서도는 “춘향은 떠난 몽룡을 원망하면서, 다시 만나길 원하기도 했다. 과거 얘기가 지금까지도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원’은 <춘향가>를 주제로 한 앨범에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도밴드는 타이틀 곡을 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 전곡을 타이틀곡으로 삼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곡을 만들 때 의견 교환이 치열하다. 연태희는 “밴드가 ‘우주’나 ‘대지’를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다가 어떤 사람은 ‘사막’을, 누군가는 다른 장소가 생각난다며 다른 의견을 내곤 한다”며 “누군가 확신이 있어도, 상대방의 의견이 맞는것 같다면 따라간다”고 말했다.

그런 치열함을 가진 서도밴드에서 ‘장인정신’을 보기도 한다. 김성현은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네’보다 ‘더 좋은 게 뭘까’ 생각하는 정도의 장인정신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서도는 “음악 안에서 내고 싶은 우리만의 서사를 잘 표현하고자 하면 ‘장인정신’이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했다. 연태희는 “이 앨범이 전통음악의 역사에 기록됐으면 좋겠다는 작은 포부가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