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원 아빠’ 떠난 주말

드라마 ‘유부녀 킬러’ 순항 중

남편 대신 아이 하원시키고,

시가 일에 늘 동원

육아휴직 3년 후 복직한 ‘킹피셔’

법망 빠져나간 범죄자 ‘원샷원킬’

악인 처단 액션과 가족 서사 결합

4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 앞둬

MBC 드라마 <유부녀 킬러>의 주인공 ‘유보나’(공효진)는 ‘킹피셔’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킬러다 . 유튜브 캡처

 

킬러 ‘킹피셔’가 3년 만에 돌아왔다.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범죄자 등 93명을 ‘원샷원킬’로 처단하던 솜씨는 여전하다. 달라진 것은 밤에서 낮으로 바뀐 활동 시간. 동료가 이유를 묻자 킹피셔는 답한다. “애 데리러 가야 해서요. 남편이 오늘 늦는대요.”

MBC 드라마 <유부녀 킬러>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킬러 ‘유보나’(공효진)가 주인공이다. 남편 ‘권태성’(정준원)을 비롯한 가족들은 보나를 평범한 회사원으로 알고 있지만, 그가 출근하는 ‘두루미전자 영업3팀’은 악질 범죄자를 각종 수단으로 흔적 없이 처단하는 비밀 조직이다. 저격수인 보나는 그 신상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본 적 없는 그에게 킹피셔(물총새)라는 별명을 붙였다.

MBC 드라마 <유부녀 킬러>의 주인공 ‘유보나’(공효진)는 칭얼대는 딸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려 애쓴다 . 유튜브 캡처

 

보나는 5년 차 유부녀로, 3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친 후 복직했다. 극중에서 워킹맘으로 사는 보나의 모습이 부각돼 그려진다. 복직 후 첫 업무(저격)를 밤이 아닌 오전에 하는데, 그날 따라 퇴근이 늦은 남편이 딸의 어린이집 하원을 대신할 수 없어서였다. 어느 날은 출근하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칭얼대는 딸과 실랑이를 벌인다. 딸을 겨우 차에 태우고 어린이집에 가던 보나에게 함께 탄 다른 워킹맘이 말한다. “매일 집에서 애만 보다가 회사 나가니까, 마음이 좀 오락가락하죠?”

시가와 미묘한 갈등도 있다. 보나는 복직 전날에도 시가에서 운영하는 치킨집에 가 예사롭지 않은 칼솜씨로 양배추를 썰어 둔다. 14일 방영을 앞둔 5화 예고편을 보면 며느리에게 제사 준비를 요구하는 시가와 이에 맞서는 남편 태성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MBC 드라마 <유부녀 킬러>의 주인공 ‘유보나’(공효진)는 복직을 하루 앞두고도 시댁 치킨집의 일을 돕는다 . 유튜브 캡처

 

평범한 엄마와 며느리처럼 살아가는 보나의 본업은 남다르다. 만삭 아내를 죽였지만 ‘살인’ 대신 ‘음주운전’만 유죄로 판결돼 3년 만에 출소한 남성, 8세 어린이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16년 뒤 출소해 밀항하려는 남자 등 사회의 공분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보나와 회사의 표적이 된다. 보나의 팀원들은 무기와 독극물, 해킹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다. 직접 다른 목표를 공략하거나 증거를 지우면서 보나의 일을 돕는다. 킬러라는 직업 때문에 보나의 평범한 일상은 흔들린다. 경찰의 추격 대상이 되고, 기자인 남편 태성 또한 신변의 위협에 노출된다.

<유부녀 킬러>는 최근 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인기를 끈 작품들의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다. 사회적으로 공분을 산 악인을 처단한다는 점은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과 비슷하다. 강력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디즈니+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2>나 SBS 드라마 <재벌X형사 2>에서도 엿볼 수 있다.

SBS 드라마 <김부장>은 특수요원 출신 세 아빠의 활약상을 담았다. SBS 제공

 

정체를 숨긴 엄마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물이라는 점에서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과 닮아 있기도 하다. <김부장>의 ‘안경 쓴 아저씨’ 3인방은 북파공작원이었던 과거를 숨긴 채 살다 자녀들이 위기에 빠지자 본모습을 드러내고 화려한 액션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자녀와 대화하는 데 애를 먹고 아내 앞에서는 쩔쩔매는 등 현실 아빠들의 모습이 그려져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김부장>이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직후 31일 첫선을 보인 <유부녀 킬러>는 방송사는 다르지만 같은 시간(금·토요일 오후 9시50분)에 방영되고 있다. ‘공작원 아빠’의 뒤를 ‘킬러 엄마’가 이어받은 셈이다. <유부녀 킬러>는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8일 4화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 9.4%를 기록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최근 인기 드라마의 척도라 할 만한 ‘두 자릿수 시청률’에 다가섰다. 가족 서사에 공감한 시청자들이 볼 만한 시원한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김부장>에 이어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액션과 가족적인 요소를 결합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라며 “위험에 노출된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서사, 위험을 일으키는 현실 범죄에 대한 답답함과 이를 해결하고픈 사회적인 열망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