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다

장강명 지음

현대문학 | 228쪽 | 1만5000원

수술실 앞에서 지인의 수술을 기다리는 보호자들은 대개 우두커니 자리에 앉아 있거나 주변을 서성인다. 수술 결과를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이 그뿐이기 때문이다. 소설 주인공 ‘안시찬’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자다가 구토한 아내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요일 이른 아침 구급차에 실려 간 아내는 병원 응급실에서 곧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아내가 쓰러지기 전부터, 쓰러진 뒤 병원에서 주인공이 장모·처제와 겪었던 일들과 느꼈던 바가 생생하게 기록된다. 아내의 병이 독감 정도이리라는 희망 섞인 예상, 아픈 아내를 보면서도 생각보다 슬프지 않아 ‘난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고민하는 모습, 방송 출연 같은 일정 중 어떤 것을 취소할지 선택하는 일, 며칠 뒤 이사 갈 아파트 잔금을 치르기 위해 말 못하는 아내로부터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낼 방법을 찾기까지.

아내의 왼쪽 전두엽에서 ‘신경교종’이라는 종양이 발견돼 바로 수술을 해야 하며 종양을 제거해도 말하고 글 쓰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주인공은 자신이 아내를 다그친 탓에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며 일순간 다리가 풀리고 마음이 무너진다. “반평생을 무신론자로 살아온 주제에 이제 와서 복을 비는 것도 부끄러웠다. … 자기 뇌에서 종양이 자라나기를 바랐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의 아내는 지난해 4월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당시 상황을 그해 7월 월간 ‘현대문학’에 소설로 실었고 이번에 책으로 다듬어 냈다. 그사이 아내는 종양이 재발해 두 번째 뇌수술을 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많은 부분이 허구”라면서도 주인공이 겪은 감정은 “상당 부분 제 경험에서 나왔다”고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이 페이스북에 올린 아내의 투병을 알리는 글도 저자가 실제 올린 글을 본떠 가져왔다.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만큼, 예기치 못한 상황 속 약해지는 인간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