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터뷰]“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 있고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회 단식 농성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우리가 공동으로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6일 국회 본청 현관 옆에 설치된 흰 천막. 여름 초입의 무더위와 폭우에도 천막을 열하루째 지킨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란히 앉은 오츠바키 유코 일본 사회민주당 참의원에게 팻말을 보여주며 얘기를 나눴다. 팻말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과 그에 따른 비용, 일본 정부가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오염수 방류를 선택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오츠바키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이 일으켰는데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려는 것 같아 유감이고 송구스럽다”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에 공감했다.

우 의원은 오츠바키 의원을 만나기 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간담회를,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 진행했다. 단식 11일차에 접어들면서 흰 수염이 꽤 덥수룩하게 자란 우 의원은 인터뷰 도중 “머리가 띵하다. 인터뷰를 더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지쳐 보였지만 “(오염수 방류는) 역사에 흔적이 남을 일이다.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단식을 결심한 계기로 과거 환경운동 경험과 2015년 후쿠시마 사고 원전 지역 주민들을 만난 경험, 가습기살균제 사건 때의 교훈을 들었다. 그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인되지 않은 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과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결국 오염수를 방류하더라고 “다시 중단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1일째 단식이다. 버티시는데 힘들지는 않으신가

“사흘 차, 5일 차 정도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견딜 만하다. 하루에 물을 500㎖ 병으로 5~6개 정도 마시는 듯하다.”

- 단식을 결행하시기까지 고민은 없으셨나.

“일본이 쉽게 (방류를) 포기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이 반대로 돌아설 것 같지 않아서, 길어질까 봐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민주당이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면 나 같은 중진의원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먹었다.”

- 단식에 참여하시려는 의원들이 계신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번갈아 함께하고 있다. (이날은 노웅래 의원이 옆에서 함께 했다.) 다른 의원들도 참여하겠다고 해서 환노위원들에 이어서 함께할 것 같다.”

- 후쿠시마 원전에서 어민들을 만난 것이 단식을 결심한 또 다른 계기가 됐나.

“원전 사고 4주년인 2015년에 후쿠시마 어촌 주민들을 만났다. ‘원전이 들어설 때 ‘절대 사고가 안 난다’고 설득하던 과학자들이 사고 후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고 하더라. 그 때 이후 내가 ‘과학의 이름으로 국민을 속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교훈도 있었다. 내가 가습기살균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했다. 독성이 있는지 몰랐던 물질로 살균제를 만들 줄도 몰랐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인되지 않은 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과학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회 단식 농성장에서 오츠바키 유코 일본 사민당 참의원을 만나 대화를 마치고 포옹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IAEA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방류의 대안들이 있는데 검토하지 않은 것,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성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 그리고 오염수를 30년 동안 방출한다는데 생체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를 안 한 것이다. 오염수에는 핵연료봉에서 떨어지는 핵종이 들어가는데, 핵종은 고준위 폐기물인 데다 물에 녹지 않고 보통 가라앉는다. 바다에 축적된 핵종을 플랑크톤이 섭취하면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이 먹게 될 수 있다. (정부·여당은) 엑스레이와 비교하는데, (인체)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 민주당이 오염수 문제를 이슈화해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건 민주당의 문제 제기 탓이 아니다. 일본이 실제로 오염수를 흘리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 오염수 반대 목소리가 민주당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가 집권했음에도 개혁하지 못했는데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나. 이번에도 제대로 대응 못 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의원들이 더 단결해서 (오염수)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처절하게 대변해야 한다.”

- 민주당이 국제적 연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분명한 입장을 냈다. 일본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40~50군데가 있고 반대 여론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문제다. 민주당이 국제 연대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한데 사실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단식을 일본이 방류를 중단할 때까지 하겠다고 하셨다. 방류가 현실화하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방류를) 다시 중단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이 일은 역사에 큰 흔적이 남는 일이다. 막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해야 한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