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진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왼쪽에서 네번째), 위선희 전 정의당 대변인(오른쪽) 등 전·현직 정의당 당직자들이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위 전 대변인 제공

정의당 전·현직 당직자 60여명이 7일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하겠다며 정의당을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해 8~9월 정의당 혁신을 위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를 위한 당원 총투표를 제안한 바 있다. 이들은 정의당이 최근 발표한 재창당 추진 방안에 실망해 탈당을 선택했다.

정호진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 위선희 전 당 대변인 등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은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상실했다. 고쳐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정의당을 떠나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엇을 위한 재창당인지 알 수 없었던 정의당 재창당의 결론은 신당 추진으로 귀결됐다. 정의당의 신당 추진에 어떤 기대도 생겨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권고에 대한 찬반을 묻는 당원 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당원 5%의 서명을 받아 투표는 진행됐고, 권고안은 찬성 응답률이 40.75%로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다. 이들은 당시 투표를 “현 의원단은 물론 당을 이끌어 온 지도부와 그 노선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라고 평가하며 “당의 변화를 바라는 문제 제기에 당은 어떤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분명한 진보정당 재건의 길을 갈 것”이라며 “일부 세력은 진보정치를 낡은 정치, 해체의 대상으로 여기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후미진 사이를 마치 새로운 길 인양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내에서 중도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장혜영·류호정 의원 주도 의견 그룹인 ‘세번째 권력’과도 선을 그은 것이다. 당내 페미니즘 노선을 “시민을 겁박하는 검찰형 페미니즘”으로 표현하는 등 당내 지도부 노선과도 입장차를 분명히 보여줬다.

탈당 당직자들은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당내 그룹 ‘새로운진보’가 주축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천 전 대표는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 이후인 지난해 9월 정의당을 탈당했다. ‘새로운진보’는 지난 4월 시민 정치 네트워크로서 새로운 진보 정치 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들은 7월 중으로 창당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정의당 내에서는 이번 탈당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 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당과 마찰을 빚었다. 위 전 대변인이 정의당 대변인의 권한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정의당은 그의 대변인 직을 해촉했고 소통관 기자회견은 무산돼 장소가 국회 정문 앞으로 바뀌었다.

정의당 내에서는 지지율 정체 위기에서 탈출할 해법을 두고 노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탈당을 선택한 ‘새로운진보’ 외에도 전통적 진보세력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자강파와 전통적 진보의 범위를 넓혀 중도층에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세번째 권력’ 같은 신당파가 대립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