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승을 축하한다’고 하니 조쉬 린드블럼(31·두산)은 대뜸 “지난(24일) SK전에서는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린드블럼은 그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선발투수 역할을 다했지만, 1-1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팀은 7회와 8회 한 점씩을 내줘 1-3으로 졌다.
린드블럼의 연승 행진이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패전투수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월26일 잠실 삼성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이후, 린드블럼은 두 달 넘게 패배를 모르고 있다. 지난 29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8이닝 5피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13승을 따낸 동시에 7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기 후 만난 린드블럼은 “주초부터 연패하며 쉽지 않은 한 주를 보냈고, 오늘은 주간 마지막 경기라 모두 힘들었을텐데 잘 이겨내줘 고맙다”는 말로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SK전 얘기를 먼저 꺼낸 것도 ‘결국 팀이 패했기에 연승이 큰 의미가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인 듯 했다.
이날 호흡을 맞춘 포수 박세혁은 “린드블럼은 ‘에이스의 사명감’이 남다르다”고 전했다. 8회초를 스스로 마무리하는 장면에서도 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투아웃을 먼저 잡았지만 정근우에게 볼넷을 내주고, 대타 제라드 호잉과 타석에서 맞선 상황. 투구수 111개를 채운 린드블럼이 선 마운드에 두산 이강철 코치가 올랐다. 교체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린드블럼은 마운드에 남았다.
당시 상황을 묻자, 린드블럼은 “코치가 ‘괜찮냐, 이닝을 마무리지을 수 있겠냐’고 물어서 ‘알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타자가 누가 나오든 이길 수 있도록 이미 준비를 마쳤다. 그래서 스스로 경기를 마무리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자신감을 잃지 않은 린드블럼은 호잉을 공 한 개로 1루수 앞 땅볼 처리했고, 두산은 9회초 함덕주의 마무리로 3-1 승리를 거뒀다. 주초 1-3 패배 후 4연패의 내리막을 탔던 두산이, 주말 3-1 승리로 2연승을 확정했다.
최고기온 40도를 육박하는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린드블럼의 연승 행진은 멈출 줄 모른다. 외국인 선수들이 더우면서도 습한 한국의 무더위를 힘들어하지만 린드블럼은 굴하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네번째 시즌이라 더위를 나는 특별한 비책이라도 있는 걸까. 린드블럼은 “매 공을 전력투구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힘을 조절하면서 투구한다”며 나름의 요령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선수들에게만 더위가 힘든 게 아니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이번 더위가 힘들다”며 “팀 선수들이 더워 지친 가운데서도 이기겠다는 의지로 뭉쳤다”고 말했다. 이날 호흡을 맞춘 포수 박세혁의 칭찬을 전하자 린드블럼은 “포수가 그렇게 생각을 해줘 영광”이라고 했다. 두산에서는 올해 첫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린드블럼은 마치 오래 함께한 선수처럼 폭염 속에서도 ‘팀’을 잊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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